‘갤럭시S5’ 출시 일정을 놓고 이동통신사와 삼성전자간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는 통신사의 요구를 삼성전자가 좌고우면 끝에 일단 외면하면서 통신사가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를 기반으로 여전히 ‘슈퍼 갑’의 파워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갤럭시S5를 26일부터 출시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단말기 재고를 확보하는 등 유통망 보급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전국 유통망에 단말기가 반입 되는대로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25일 전국 삼성디지털프라자에 27일 출시 관련 예약판매 지침을 전달하고 서울 지역 대리점을 중심으로 물량을 풀었다.
하지만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담당 사장이 26일 오전 사장단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조기 출시에 대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출시 시점은 다시 원점에서 재조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태도 변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표 시점보다 앞서 제품을 내놓는데 대한 부담감과 실적 우려 때문에 조기 출시를 택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통사와 삼성전자의 묘한 알력관계는 지난 주말 사전 체험 행사 시점을 놓고 한번 불거진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20일 갤럭시S5 사전 체험 행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장 준비까지 마쳤지만 삼성전자의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취소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2일부터 이례적으로 전 세계 사전체험 행사를 여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 내 반발이 있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부 조직이 한국과 북미·구주·중국·동남아·서남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나뉘어 각 나라 통신사와 제휴하고 매출 경쟁을 한다. 한국영업 이외 조직에서 한국만 조기에 출시하는데 대해 견제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렌즈 가공 어려움으로 초도 물량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내부 물량 확보전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삼성전자·애플 양강구도가 되면서 통신사가 단말기 사양과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을 결정하던 구조에서 단말기 업체가 주도하는 갑을관계 역전 현상이 생겼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형으로 변하면서 최근에는 통신사의 입김이 다시 커지고 있는 추세여서 양측의 힘겨루기는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