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일본의 대형 프린터업체 관계자들이 천안에 있는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제품과 기술을 한국의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가 충남테크노파크 벤처관에 있는 코닉스다.
이 회사 최상기 대표는 “당시 일본 프린터업체 관계자들이 우리를 방문해 세 번 놀랐습니다. 우선 기술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일본 기업도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한국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데서 놀랐고, 또 한국을 방문해 눈으로 직접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고급 기술을 지방의 한 작은 기업이 개발했다는 데 놀라더라고요.”
코닉스는 프린터용 핵심부품인 ‘닥터 블레이드’ 전문 기업이다. 이 부품은 레이저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 내부에 장착돼 토너를 균일하게 공급해준다. 코닉스의 경쟁력은 초정밀 절곡기술이다.
최 대표는 “최대 0.1㎜까지 구부릴 수 있는 절곡 기술은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코닉스는 2006년 12월 설립됐다. 직원은 10여명밖에 안 된다. 매출도 10억~20억원 정도다. 하지만 기술력만은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강소기업이다.
실제 닥터 블레이드만 전문으로 기획, 개발,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서 코닉스가 유일하다. 품질도 외국 프린터업체가 놀라워할 만큼 세계적이다. ‘온리 원(Only one) 컴퍼니’이자 ‘베스트 컴퍼니’인 것이다.
사실 닥터블레이드를 코닉스가 처음 만든 건 아니다. 프린터를 처음 상품화한 미국이나 전산 부품 강국인 일본 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시장을 장악해 왔다. 코닉스는 여기에 고급기술 한 가지를 추가했다. 스테인레스 재질에 초정밀 곡면으로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높여 프린트 품질을 크게 향상 시켰다.
최 대표는 “해외 프린터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 제품을 내놓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바이어와 시장이 관심을 보이며 해외에서 먼저 주문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코닉스가 만든 닥터 블레이드는 280㎜ 길이(구간)에 100분의 1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절곡기술이 구현됐다. 절곡부분에는 작은 스크래치도 없는 완벽한 품질 완성도를 자랑한다.
코닉스가 만든 닥터 블레이드는 삼성전자와 신도리코를 비롯해 일본 오키데이타 등 국내외 유수 프린터 제품에 장착돼 있다.
독보적 기술을 지녔지만 창업 8년차에 접어든 코닉스가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강소기업이 간혹 겪는 ‘갑의 횡포’를 코닉스도 겪었다. 지난해 OEM으로 공급해주는 거래처에서 사실상 기술탈취를 시도하며 주문을 끊은 것이다. 지금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이 기업과 원활한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프린터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 든 것도 코닉스의 고민이다. 이를 타결하기 위해 코닉스는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이미 일본 대형 프린터업체 몇 곳과 직접 공급을 논의 중이다.
최 대표는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고급기술력 밖에 없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방은주기자 ejbang@et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