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안테나 업계, 해외에서 먹거리 찾는다…기술력으로 승부수

국산 안테나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앞세워 한국산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수요감소로 악화일로에 있는 국내시장 대신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스펙트럼통신기술(대표 김태하)은 미국·일본 등 세계 10여개국에 안테나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각각 20%, 26%에 달할 정도로 안테나 수요가 많다. 유럽도 40~50%대다. 스펙트럼 관계자는 “매출의 30%를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며 “미국·일본·유럽 등에 판매점을 확보했고 페루에서는 바이어가 직접 찾아와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가정용 실내 안테나는 물론이고 무지향성·선박용 이동형 안테나도 개발·공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노링크(대표 김태성)는 지난해 8월 멕시코 티후아나에 안테나 공장을 세우고 북미·중남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멕시코가 2015년을 목표로 지상파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2012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77.5%가 아날로그TV만 가지고 있을 정도로 디지털 전환 시장의 마지막 보고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과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 수출했으나 저가공세에 나선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했다. 멕시코 연방정보통신위원회(COFETEL)의 지상파 방송 안테나 성능시험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8%에 불과한 국내 안테나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안테나 업계는 2012년 12월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안테나 특수를 노렸지만 남은 것은 재고뿐이었다. 안테나 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으로 직접수신 수요가 늘어나리라 기대했지만 전환 후 수요가 뚝 끊겼다”며 “전화 한 통이면 하루 만에 유료방송이 설치되는 나라에서 지상파 안테나가 흥행하리라고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토로했다.

안테나 업계는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소출력 중계기, 유휴 방송주파수를 활용한 슈퍼와이파이 장비 등 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가전사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력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고, 스마트폰·차량용 안테나와 같은 틈새시장 진출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안테나에 모든 것을 거는 시대는 지났다”며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일본 제품으로 알고 구입한 고객이 ‘Made in Korea’ 상표를 보고 놀라는 사례를 많이 듣고 있다”며 “우수한 기술이 안테나 해외시장 진출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