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할인 판매 열풍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업계에도 불어닥쳤다. 지난해 말 이마트가 자체 상표로 기획해 출시한 ‘반값 LED 전구’가 크게 성공을 거두자, 최근 포스코LED와 홈플러스도 반값 제품을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롯데마트도 유사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반값’ 세일은 유혹적이다. 하지만 유통이나 제조 기업들에는 사실상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재고 떨이’가 목적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게 아닐 때엔 팔면 팔수록 마이너스다. 수익을 내기 위해선 제조 원가와 제품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LED 조명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좀처럼 확산되지 않았다. 기존 백열전구 대비 가격이 갑절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반값 행사로 6일 만에 6만개를 판매했다.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가 움직인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반값 LED 전구는 전량 중국산이다. 이 때문에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국내 LED 업체들의 판로는 줄어든다. 반값 LED 전구로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반값 행사와 같은 가격 할인은 자주하면 할수록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커진다. 웬만한 할인엔 소비자가 꿈쩍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LED 업계에 수익성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기업 의류 브랜드가 잦은 세일로 싸구려 브랜드로 인식돼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 이처럼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선택한 파격적인 할인 전략이 부메랑이 돼 기업의 목줄을 파고들 수 있다.
최근 비싼 홍삼이 반값으로 판매돼 이슈화된 적이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벤트 기간에 수십만 원대의 프리미엄 홍삼의 매출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국내 LED 업계도 지금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산 제품의 반값 공세로 높아진 LED 조명에 대한 관심을 국산 고급 제품의 소비로 연결시켜야 한다. 중국 제품의 가격 공세가 거세다고 해서 동일하게 ‘가격’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건 위험하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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