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구원 "북, 남반구 중위도 지역도 서로 기후 반대"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의 강수량 반대 현상이 열대 및 아열대 지역 뿐아니라 우리나라가 포함된 온대지역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조경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국토지질연구본부 제4기지질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지난 60여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풀지 못하던 빙하기-간빙기 순환과 관련된 북반구와 남반구 중위도 지역 간 상반되는 기후변화 패턴을 처음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조경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에서 석순과 유석을 관찰하고 있다.
조경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에서 석순과 유석을 관찰하고 있다.

이 내용은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번 네이처 논문 게재는 지질자원연구원 설립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이 연구에는 우경식 강원대 교수(교신저자)와 지질연 이상헌, 양동윤 연구원, 임현수 극지연구소 연구원, 왕 용진 중국 난징사범대학 교수, 로렌스 에드워드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수, 하이 청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과거 기후변화 자료를 담고 있는 ‘하드디스크’로 불리는 석회암 동굴 200여곳을 탐사, 이 가운데 15개의 동굴 내 석순과 유석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연대측정 결과 지난 55만년 동안 기후가 따뜻하고 습윤했던 간빙기 때는 석순과 유석이 잘 자란 데 비해 빙하기 때는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북반구와 남반구 온대 지역 석순과 유석이 서로 반대되는 성장 시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그동안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온 ‘북반구와 남반구 간 수리학적 시소현상(열대지역의 강수량 변화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반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의 범위가 한반도 주변, 즉 온대지역까지 확장돼 있었다는 것을 처음 밝힌 것이다.

조경남 선임연구원은 “고기후 연구 등 지질학이 우리 실생활과 다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거에 실제 발생했던 대규모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대규모 국제공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