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클럽]피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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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회로기판(PCB)·센서·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이나 전자재료를 신문 인쇄하듯 종이나 필름위에 인쇄하는 기술이 있다. 롤투롤(Roll to Roll) 기술이다. 생산 공정 중 재료 손실이 거의 없고 수율이 높다.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 기술로도 꼽힌다. 전자·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미래 선도 기술이다.

피엔티는 국내 1위 롤투롤 장비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준섭 피엔티 사장과 직원들이 조립라인의 디스플레이 코팅기 앞에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피엔티는 국내 1위 롤투롤 장비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준섭 피엔티 사장과 직원들이 조립라인의 디스플레이 코팅기 앞에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미래 혁신의 현장에 피엔티(PNT)가 있다. 피엔티는 롤투롤 분야 국내 최고 기술을 보유한 장비기업이다. 피엔티의 주력 생산 제품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 소재 제조 장비와 LCD·OLED 등에 사용되는 광학필름용 코팅 장비, 이차전지 양극·음극용 소재와 분리막 소재 코팅장비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붐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이차전지용 장비와 액정표시장치(LCD)용 롤투롤 장비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피엔티는 일반포장지 장비에서 시작해 LCD와 이차전지용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고 3년 전엔 반도체용 롤투롤 장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좀처럼 매출로 이어지지 않던 이차전지용 장비 시장이 꿈틀대고 반도체용 장비 사업도 올해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김준섭 피엔티 사장은 “장비 산업은 산업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복이 심하지만 피엔티는 일반포장지·LCD·이차전지·반도체용 장비 등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에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최근 중국이 환경오염 문제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차전지용 장비 시장 전망이 밝다. 김 사장은 “이차전지 전후 공정을 합하면 연간 시장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최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생산성과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롤투롤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피엔티가 중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3년 가까이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피엔티는 100만~15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는 수출에도 전력을 다해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김 사장은 “최근엔 일본·중국 시장에서도 피엔티의 이차전지용 장비와 LCD 장비가 알려지기 시작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롤투롤 장비 분야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국내 롤투롤 장비시장은 2조원 규모에 이르지만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독일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기회도 있다. 아직 국산화율이 10% 수준이라는 점이다. 최근엔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OLED·이차전지 등 핵심소재 개발을 위해 롤투롤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어 피엔티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피엔티는 올해 목표 매출액을 95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에 기록한 827억원보다 14% 늘어난 수치다.

피엔티는 국내 1위 롤투롤 장비 기술 기업이다. 피엔티의 기술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직원 170명 가운데 80%가 엔지니어다. 연구개발(R&D) 인력의 60%는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대표이사인 김준섭 사장 역시 설비팀장 출신의 엔지니어다.

꾸준한 R&D 투자도 기술력 제고에 한몫했다. 피엔티는 매년 5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매년 매출액의 5~10%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셈이다. 피엔티가 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롤투롤 장비 특성상 개발에 성공하면 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롤투롤 인쇄기에 30억원 이상 투자했지만 일본 기업과 계약에 성공해 매출액을 올렸다.

특허 전략도 피엔티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특허 등록을 마친 기술이 30여 건에 이르고 60건은 출원 중이다. 해외 기업이 제품을 베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국제 특허도 5건을 출원 중이다. 특허는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출원했다.

롤투롤 장비 분야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을 꿈꾸는 피엔티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준섭 피엔티 사장

“장비기업은 사람이 우선입니다. 기술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직원의 기술 습득해 자기 자산으로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제 할 일입니다.”

2003년 회사 이름을 피엔티(PNT)로 지은 것도 ‘사람과 기술(People and Technology)’을 중시하는 김준섭 사장의 철학이 밑바탕에 깔렸다.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엔지니어입니다. 정년이 없죠. 일반 회사원은 나이들면 몸값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엔지니어는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 돈이 됩니다. 기술이 돈인 셈이죠.”

김 사장은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도 동종 업계 최고 수준에 맞췄다. 롤투롤 장비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김 사장의 자신감도 인재와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피엔티의 기술력은 경력과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기술전수와 혁신 교육에서 나온다. 매주 선배 엔지니어와 후배 엔지니어가 만나 기술을 전수하고 지식을 공유한다.

김 사장은 “롤투롤 분야는 광범위해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며 “장비기업으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1조 장비기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차전지·반도체 등 첨단 분야로 사업 분야로 넓혀 나가는 김 사장의 안목과 매년 매출액의 5~10%를 R&D에 배정하는 투자의지가 1조 장비기업의 꿈을 실현할 씨앗이다.

김 사장은 스스로 주문을 건다. ‘잘 될 것’이라고 반복하면 어느 순간 거기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1조 장비 기업을 목표로 잡은 것도 꿈을 원대하게 꾸고 실현하기 위해서다.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생산을 위한 광폭 프레스 장비는 피엔티의 핵심 제품이다. 이 장비는 기재 폭이 1280㎜로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해 자동차용 전지 생산량을 두 배 가까이 증가시키고 기재 로스율은 크게 줄여준다.

프레싱 폭이 넓어졌음에도 압연율 오차범위는 ±1.5㎛에 불과할 정도로 전극의 품질을 높였다. 생산 속도는 분당 60m까지 가능하다. 고효율 이차전지를 생산하기 위해 압연율을 더 높이고 오차범위는 더 줄인 프레스 머신도 개발 중이다.

피엔티는 이차전지 생산 전 공정인 코터, 프레스, 슬리터, 롤투롤(수분제거) 장비를 동시에 수주해 설치한 바 있다. 이차전지 관련 설비 라인을 통째로 수주해 제작한 것은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특히 광폭 전지코터는 짧은 건조존으로 코팅 생산 속도가 분당 60m에 달해 투자비를 절감해준다. 무지부 주름을 해결한 기술력도 높이 평가된다. 광폭 슬리터는 고속 라벨러를 활용해 슬리터 생산량을 늘린 장비다. 얇은 두께의 알루미늄(Al)과 구리(Cu)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전지 사이즈를 줄이기 용이하다.

LED 형광체 필름 부착장비는 피엔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주력 제품이다. 형광체 도포 과정을 형광체 분말과 실리콘을 혼합해 디스펜싱하던 방식에서 형광체 필름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광효율을 높이면서도 원재료 사용량은 크게 줄여준다. 피엔티는 올해 이 제품으로만 15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구미=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