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정부의 복지혜택 축소 방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부터 기업별 노조와 복지혜택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복지는 단체협약 사항으로 노조와 합의해야 바꿀 수 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전력그룹사는 3월까지 전국 사업소를 대상으로 달라지는 복지혜택을 설명했다. 오는 8월까지 협상을 끝내라는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미 그룹사별로 복지혜택 줄이기 위한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올해 경영평가는 계획안만 제출하면 무사통과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복지혜택을 줄이지 못하면 경영평가 등급이 2단계나 떨어질 수 있다. 직원 평균 연간 700만~800만원의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액수는 크지만 오히려 부채 축소가 더 쉽다는 게 사장단 견해다. 전력그룹사 한 사장은 “부채 축소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 투자한 것을 회수하면 끝이지만 복지는 노조와 합의가 돼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기금은 당기순이익의 2%를 적립해 사용한다. 이익이 없으면 복지기금도 없는 구조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전과 한수원이다. 올해부터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학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학자금 지원을 받은 직원은 다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그룹사와 달리 학자금을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고 이를 복지기금에서 갚아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거치기간이 2년이다 보니 거치기간이 끝난 직원은 직접 갚아야 하는 것이다.
중부발전은 노조와 협상할 시간도 부족하다. 오는 7월 노조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기존 집행부가 노조원의 복지를 줄이는 사측 요구를 들어줄리 없다는 것이다. 8월 한 달 동안 새 집행부와 복지 축소 합의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전력그룹사 사장은 “이미 정부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공기업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노조가 동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전력그룹사 노조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조사비와 복지카드 축소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부분까지 가능하지만 대학생 학자금 지원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복지혜택도 없는 게 실정”이라며 “자녀 학자금 지원까지 없애라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