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창업자의 설움...정부 출연 각종 펀드, 투자 및 혜택 수도권 집중

#.지난해 부산에서 모바일 앱 서비스 업체를 창업한 A씨는 요즘 회사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을 고민 중이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창업지원사업이 늘었지만 투자 유치와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늘리는 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벤처캐피털을 만나러 다니느라 정작 사업 운영에 소홀해질 정도라는 설명이다.

#.충북 청주의 한 창업자는 매주 2∼3번씩 서울을 찾는다. 벤처캐피털 관련자가 많이 참석하는 포럼이나 교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편이지만 한 번 서울을 다녀가면 그날 업무는 거의 포기하는 편이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원활한 사업 운영과 향후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도 서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역 기반 창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출연 각종 펀드와 벤처캐피털, 민간 교육 프로그램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종합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 96곳 중 8곳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웝재단의 디캠프(D.Camp),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등 다수의 창업지원센터 역시 서울 및 수도권에 있다.

각종 교육프로그램, 멘토링, 교류 행사도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진다. 지방 창업자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창업지원센터 등에서도 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서울에 비해선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남권 기반 한 창업자는 “부산의 단디벤처포럼, 광주의 무등벤처포럼 등 지방에서도 창업 지원 단체가 나름 활발히 활동 중이다”며 “하지만 서울에 비해 규모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그 외 다른 지역엔 그나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자는 절대 다수가 서울에 몰려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출연 펀드 중 지방중점 지원 펀드 또한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하는 모태펀드의 운영 조합은 지난해까지 총 7조7612억원이 조성됐다. 이 중 지방 중점 지원 펀드는 1600억으로 2%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2009년 이후로는 추가 결성되지 않았다.

지방 출신의 다른 창업자는 “지자체에서도 최근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작은 지원에도 목마른 창업자들이 메뚜기처럼 주소지를 옮겨 다니다 결국은 서울이나 수도권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창업·벤처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 벤처펀드를 오는 2016년까지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올해 모태펀드 내 지역계정을 신설하고 200억원을 우선 조성한 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400억원씩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기업이나 창업·벤처기업에 60% 이상을 투자한다.

박종찬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이전에는 지역 기업을 위한 칸막이가 없어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도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며 “이번 지역계정 신설은 지방에도 자금이 흐르도록 인위적인 조정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