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모태 제일모직이 오는 7월 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설립 60년 만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54년 9월 설립한 제일모직은 업의 속성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지켜 왔다. 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직물·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 뒤에도 사명 변경을 추진하지 않았을 정도다.
제일모직이 소재 사업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0년대 들어서다. 1954년 원사·직물 사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80년대에는 패션 사업, 1990년대에는 케미컬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케미컬과 전자재료 사업을 합친 소재 사업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지난해에는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이름은 제일모직을 유지했다. 그만큼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제일모직이 독립 계열사였다고 해도 사업 자체는 사실상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관계사 의존도가 컸다. 영문명은 제일인더스트리(Cheil Industry)였으나 해외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로 홍보했다.
제일모직이 7월 1일자로 흡수되면서 제일모직은 ‘상호’만 남을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에서 여전히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는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브랜드 정도로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