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친환경` 석탄발전 시대 개막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석탄이 다시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싸고 매장량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석탄 소비가 급등해 2018년이면 석유 소비량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서도 석탄 수요가 매년 1.9%씩 증가해 2035년까지 주력 에너지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슈분석]`친환경` 석탄발전 시대 개막

우리나라도 2027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 25기(15.3GW)를 증설하는 방안을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했다. 정부는 전체 발전설비 중 화력발전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석탄을 활용한 화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세계 이산화탄소의 41%는 발전소에서 배출된다고 알려졌다. 석탄 화력발전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이 동시에 개발돼야 하는 것이다.

◇친환경 석탄발전, 이산화탄소를 잡아라

값싸고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최근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조환익 한전 사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 사장단을 한 자리에 모으고 친환경 석탄 화력발전 기술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친환경 석탄발전은 정부에서 석탄화력 중심으로 발전설비 비중을 재구성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에서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CCS)을 꼽았다. 신규 발전소나 기존 발전소 모두 적용 가능하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이 10㎿급으로 실증 중이다. 2020년부터 매년 500㎿급 2기를 설치하면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70%를 한 데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전망했다.

초초임계압(USC) 발전은 상용화를 눈앞에 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다. 두산중공업이 1000㎿급으로 국산화 개발 중이며, 중부발전 신보령화력 1, 2호기에 2017년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기존 석탄화력발전 방식보다 효율이 5%P가량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2.8%나 줄일 수 있다.

극초임계압(HSC) 발전은 초초임계압(USC) 기술보다 한 단계 진전된 기술이다. 아직 개발에 착수하지는 않았지만 상용화되면 기존 39%에 달하던 석탄화력 발전효율을 48%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은 2006년부터 한국서부발전이 국산화 개발 중인 기술로 내년 말까지 태안 화력발전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석탄을 가스처럼 만드는 과정에서 수소 분리가 가능해 합성가스연료전지(SGFC) 개발과도 맞물린다.

기존 발전소는 저급탄 업그레이드와 설비 개선으로 발전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저급탄 업그레이드는 30%가량 포함된 저급탄 내 수분을 증발시켜 고열량탄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열효율 1%만 올려도 연간 3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발전소 설비 개선작업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최대 2.5%P까지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 개선만으로 이산화탄소 6.4% 절감이 가능하다.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가열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CCS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예 없앤다는 구상이다. 박상덕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MD는 “물과 증기로 효율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기체와 물의 특성을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효율 향상은 물론이고 설비 크기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석탄발전 연계기술 개발도 활발

CCS에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도 활발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그쳐서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부발전은 하동화력에 설치한 CCS설비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인근 1만㎡ 규모의 미세조류실증연구단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란 미세조류는 화장품이나 의약품,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전기도금에 쓰이는 개미산 제조 연구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시장이 형성돼 2023년 세계시장 규모가 20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남부발전은 2015년에는 삼척그린파워에 세계 최대 규모인 300㎿급 CCS 시스템을 설치한다. 설비가 가동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210만톤을 포집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한 발전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존 스팀 대신 가열한 이산화탄소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발전효율이 2~5%P 향상되고 설비 크기도 4분의 1로 줄어든다. 2020년까지 관련 분야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원 부족 해결돼야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석탄화력 분야 투자액을 보면 발전5사 전체는 341억원으로 회사마다 10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석탄 가스화나 CCS 등은 이미 중복 개발 중이다. 투자 금액이 40억원에 불과한 발전사도 있다. 정부가 공기업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요구하면서 신기술 개발 투자도 꺼려지는 상황이다. 재원 통합과 R&D 항목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예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 R&D 예산 지원이 지난해 1조2067억원에서 올해 3989억원으로 삭감됐다. 환경부가 도입하는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되면 재원은 더욱 부족할 전망이다. 발전사는 이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적용을 받고 있어 지난해 과징금만 600억원이 넘는다. 발전사별 석탄화력 R&D 예산이 평균 7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고 발전사 측은 설명했다.

대부분 실증단계다보니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이행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가중치 설정도 애매하다. 돈 들여 이산화탄소를 줄여도 감축량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발전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석탄발전 기술개발을 성공하려면 기업의 이윤 추구와 공익성을 합리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신기술이다 보니 운영상 발생하는 고장과 금전적 손해, 경영평가 불이익 등은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석탄기술 개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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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