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밝혔는데 IT·과학기술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남과 북이 같이 쓸 수 있는 언어인 ‘정음’에 기반을 둔 통합자판 표준화 등이 시급합니다.”
최성 한국어정보학회장(남서울대 교수)은 국내에 몇 안되는 북한IT 전문가다.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언급한 이후 주위 관심이 부쩍 늘었다. 6년간 학회 수석부회장으로 있다 지난해 말 임기 2년의 제6대 한국어정보학회장에 선출됐다.
“시간이 갈수록 남과 북의 언어 이질성이 커져 우려스럽다”는 최 회장은 “10여년 전 남한과 북한, 조선족이 공동으로 정음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기로 3자 간 합의한 적이 있는데 통일에 대비해 정음 기반 컴퓨터·IT 표준자판과 코드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음과 함께 그가 강조하는 게 통신이다. 독일은 철저히 방송이 중심이 돼 통일이 이뤄졌다는 최 회장은 “독일과 달리 우리는 방송 시스템이 서로 다르고 통신이 같으므로 통신 위주로 남북협력과 통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서울대 컴퓨학과 교수로 있는 그는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조선족 장애인과 북한 고아를 대상으로 무료 컴퓨터 교육을 해왔다.
최 회장이 한국어정보화에 관심을 둔 계기는 네팔 정보통신부 장관 때문이다. 지난 2003년 2월 네팔에 IT·한글 교육을 갔는데 네팔 정보통신부 장관이 “(남북이 갈라진) 너희 민족도 형편없는 민족”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이후 한국어정보화 등 통일 IT에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에서 IT 봉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북한과 북한의 IT가 눈에 들어왔다”는 최 회장은 “IT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IT협력은 천안함 사건 이후 완전히 중단됐다.
최 회장은 “오는 8월 중국 옌벤에서 열리는 제8회 한중IT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면서 “정부가 허락하면 평양에 있는 북한 IT전문가들도 초청해 남북이 IT부문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것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남북 간 IT 표준화 등을 연구하고 있는 학회는 산하에 △한글문화세계화추진본부(한세본) △한국어정보처리 어문규정 △통합자판 표준화(QWERTY·3*4·n*m자판 등) △다언어 통역시스템 개발 △한국어 역내표준(남·북·중) 연구 △남북 컴퓨터용어 사전 △ 한국어 원격시험검정 6개 연구회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학회가 “남북이 IT·과학기술 분야에서 처음 협력하던 시기인 1992년에 설립됐다”면서 “등록 회원 수는 학계·산업계·개인 연구가 등 약 3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76년 기업은행에 시스템 개발자로 입사해 제주은행 전산실장, 한국생산성본부 OA추진사무국장 등을 거쳐 1994년부터 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