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설립된 메리츠금융그룹의 IT서비스기업인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가 지난 1일 6년 만에 해체됐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매출 1000억원대에 육박했지만 최근 한계에 봉착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계열사 정보화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됐기 때문이다. 대외 수익 창출 한계와 IT아웃소싱에 의한 정보유출 방지가 해체 배경이다.
금융그룹 IT서비스기업은 지난 2001년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됐다. KB금융그룹의 KB데이타시스템(옛 국민데이타시스템)이 1991년 설립됐지만, 본격적인 금융권 IT셰어드 서비스를 추진한 것은 2001년 우리금융그룹 우리에프아이에스(옛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출범부터다. 이후 신한금융 신한데이타시스템, 하나금융 하나아이앤에스, IBK금융 IBK시스템, 농협중앙회 농협정보시스템 등이 뒤를 이었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도 이 시기에 설립됐다. 금융 IT서비스기업은 금융계열사 차세대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수행하면서 급성장했다. 금융 IT서비스기업은 2012년 이후로 금융정보화 시장 축소로 한계를 맞았다. 잇단 정보유출과 전산장애로 IT아웃소싱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됐다. IT서비스기업 운영을 놓고 금융지주 고민이 깊어졌다.
◇계열사 정보화예산 축소로 매출과 이익 ‘정체’
금융 IT서비스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대부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감소했다.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규모가 가장 큰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불과 0.9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데이타시스템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33%와 31%로 크게 줄었다.
기업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IBK시스템도 전년 대비 9.3% 증가한 1404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9.5%와 5% 줄었다. NH화재와 NH생명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협정보시스템도 매출은 24.9%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6%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교적 안정적 사업을 추진한 하나아이앤에스는 매출이 줄어든 반면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금융 IT서비스기업이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정보화예산이 줄어든 만큼 금융 IT서비스기업의 수익도 악화된다.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지난해 매출액 3113억원 중 79.4%인 2474억원을 기존 그룹 계열사에서 거뒀다. 농협정보시스템도 매출액 2167억원 중 90%인 1950억원을 농협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신한데이타시스템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98.4%, IBK시스템은 88.5%이다. 대외사업이 가장 많은 하나아이앤에스가 54.6%로 가장 낮다.
◇IT아웃소싱의 부정적 시각도 고민 배경
잇단 정보유출과 전산장애로 IT아웃소싱의 부정적 시각도 IT서비스기업 운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IT아웃소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핵심 금융업무에 대한 금융사 자체수행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IT 부문 핵심 업무는 자금이체와 주식매매를 구현하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회사의 주요정보를 취급하는 업무 등이다.
금융 IT서비스를 보유한 금융그룹 지주사는 IT 부문 핵심 업무를 가능한 금융회사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 해체 배경에는 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도 있다. 다른 금융 IT서비스기업도 핵심 업무 중심으로 운영·개발을 계열 금융사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금융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핵심 업무 등 계열사 정보시스템 운영을 놓고 전체적인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는 해당 금융계열사로 이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향후 금융 IT서비스기업도 생존하기 위해 대외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금융IT서비스기업 2013년 실적 현황 / 자료:각사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