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회사 삼성토탈의 제5정유사 등극 여부가 오늘 결정된다. 석유협회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대표가 참석하는 연례총회를 열고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건을 심사한다.
삼성토탈이 석유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이 회사가 기존 정유4사와 함께 제5정유사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석유협회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삼성토탈은 정유사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지난 2012년부터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반제품 공급을 시작해 물량을 12만5000배럴까지 늘렸고, 지난달부터는 완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대한송유관공사 지분 2.26%를 매입하는 등 정유사가 되기 위한 인프라도 갖췄다. 하반기엔 경유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토탈이 석유협회 신규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정유4사 중 최소 3개사 대표가 찬성해야 한다. ‘석유정제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정유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정유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석유시장 경쟁촉진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2011년 정부가 기름 값 100원 인하를 주문했을 때 정유사가 모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반기를 들지 못했던 사례를 보면 이번 삼성토탈 가입 건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 성사여부를 과거 사례를 들어 전망했다.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 건에 정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았다면 논의해볼 것도 없이 안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기름값 100원 인하 주문에 이어 석유유통시장 경쟁촉진을 목적으로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 혼합판매 등 민간시장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정유사는 아무런 반대도 표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건을 직접 거론한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주재로 열린 ‘동북아 오일허브 관련 정유업계 정책간담회’에 정유4사 외에 삼성토탈도 참석시켰다. 정부는 이미 삼성토탈을 정유사로 대우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이 석유협회의 폐쇄적 운영을 언급하며, 개방적 자세를 주문한 것은 정유사 CEO에게 사실상 협회 가입을 승인하라는 지원사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 문제가 정유업계와 삼성토탈이 아닌 정부와의 힘 싸움 구도가 됐고, 그동안 정유업계가 정부 방침을 항상 수용했던 것을 비춰볼 때 이번에도 승인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그렇더라도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원유정제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유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조단위 비용투자가 필요한 원유정제설비를 갖추지 않고 부산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며 정유사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설비투자를 하고 진입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무임승차’ 하려는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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