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는 늘고 회수시스템은 미흡...벤처생태계 `돈맥경화` 우려

창조경제 분위기 확산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투자금을 적절히 회수할 시스템이 미흡해 자칫 ‘돈맥경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업-투자-기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한데 투자만 늘고 출구(Exit)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면서 건전한 벤처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벤처창업과 투자에 우호적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벤처캐피털협회는 회원사의 올해 신규투자가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나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벤처 투자에 필요한 모태펀드 출자를 전년보다 32% 늘린 5470억원으로 예고했다.

박진택 벤처캐피털협회 실장은 “벤처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많은 벤처기업 투자가 올해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창구는 기업공개(IPO) 감소와 코스닥의 정체로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투자회수 수단으로 꼽히는 IPO는 지난 2002년 153개에서 2010년 63개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37개사에 그쳤다. 기업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코스닥지수와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 금액은 대체로 ‘정의상관관계’인데 코스닥지수는 지난 2009년 이후 5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 금액도 연 6000억원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투자회수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의 독립을 통한 본연의 기능 복원과 인수합병(M&A) 등 중간회수 창구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까지 벤처 투자를 이끌던 코스닥은 지난 2005년 한국거래소에 통합된 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벤처기업협회·벤처캐피탈협회는 코스닥을 유가증권시장과 분리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형의 기술주 중심 기능을 복원하자는 대(對)정부 건의에 힘을 모으고 있다. 코스닥 분리 계획은 연초 범정부 차원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초안에 포함됐다가 막판에 빠졌다. 그러면서 사실상 코스닥의 독립이 요원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 실장은 “중간회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M&A 절차와 요건 완화 △우회상장을 통한 IPO 기능 보완 △정책자금을 통한 세컨더리펀드(자금 회수를 못한 펀드를 매입하는 펀드) 확대 등이 필요하다”면서 “정책 보완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