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는다]<3>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가부장적,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창의와 혁신은 그런 환경에선 발현되지 못해요.”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62)는 100년 전만 해도 유럽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약소 빈국에 불과했던 스웨덴이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됐는지부터 설명했다.

볼보나 이케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스웨덴 기업은 자국내 극소수에 불과한 대기업이라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얘기다. 대다수는 강소기업으로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수평적 관계에서 개방적 협업관계를 맺고 있다. 윽박지르고 그래서 주눅드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명하복식 사내 환경에서 한 인간의 개성과 창발적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란 얘기다.

스웨덴은 대기업이라 해서 무조건 중소기업을 사들이진 않는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을 경험과 학습을 통해 안다. 캔디크러쉬나 스포티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세계적 벤처기업이 끊임없이 스웨덴에서 탄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으로 나머지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생산 효율성면에서는 더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개발기 또는 산업중흥기에서나 필요했던 시스템이에요. 한국만 해도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국가입니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를 저는 여기서 찾습니다. 한국민 개개인의 의식전환(mind set)이 필요한 시점인거죠.”

하지만 다니엘손 대사는 신세대 젊은 한국인들을 보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각종 스마트기기에 매우 친화적이며 새로운 조류와 사상을 받아들이는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본다는 다니엘손 대사다.

스웨덴에서 몬테소리 전문 강사로 유명한 우트펄 여사를 부인으로 둔 남편답게 다니엘손 대사는 창조경제와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육에서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게 좋습니다. 영어·수학은 중·고등학교 가서 해도 늦지 않아요. 아이 때 독서를 통해 익힌 상상력은 한 인간의 평생 자양분이 됩니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에는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기관이 부설돼 있다. 여기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촉진이 이뤄진다. 스타트업 지원이 대학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창업인 만큼 실패율도 높다. 하지만 크게 게의치 않는 게 국민 정서다. ‘실패인정’을 통해 더 단단해졌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업가정신을 오히려 더 높이 사는 게 스웨덴의 창업 문화다.

특히 스웨덴 대학들은 의대, 법대생은 물론, 미대·음대생들까지 ‘부기’과목을 의무 이수하게 한다. 어떤 학문을 전공하건 사회에 나와 창업 등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벨상 국가의 대사로서 한국의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후보자 심사와 시상에 정부는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면서도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듯, 기초과학 등 기본에 충실한 국가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국은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오는 6월 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지속가능’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준비 중이다. 스웨덴이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며 지속가능산업을 한국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스웨덴은 우리의 환경부에 해당하는 정부 부처의 명칭을 아예 ‘지속가능부(Sustainable Ministry)’로 바꿨다. 지속발전은 국민의 복지와도 결국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게 스웨덴 정부의 생각이다.

“최근 북한산 청바지를 스웨덴에서 판매하려 했던 한 기업이 결국 이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은 사주면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듯 미래사회는 공급자 위주의 생산활동에서, 소비자 중심의 구매력이 중시되는 경제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인성을 무시하면서까지 생산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기존 산업 마인드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다니엘손 대사는 강조했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약력

1953년 3월 9일생

1976년 예테보리대 행정학과 졸업

1976~1980년 라홀름시청 행정직 공무원

1980년 외무부 입부

1981~1984년 주베이징 대사관 1등서기관

1984~1988년 제네바 주재 1등서기관

1989~1991년 수상실 외무행정관

1991~1994년 UN 주재 외무고문

1994~1999년 수상실 대사

1997~2000년 국방위원장

1999~2002년 수상실 외무비서

2002~2006년 수상실 정무비서

2006~2008년 외무부 대사

2008~2011년 주홍콩·마카오 스웨덴 총영사

2011년 9월 주한 스웨덴대사 부임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