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코오롱 VS 듀폰 소송 일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과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국내 관련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국내 기업이 첨단 섬유 시장에서 발을 뻗어 나가려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 결과가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에 9억1990만달러(약 9700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1심 판결을 지난 3일(현지시각) 파기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아라미드 제품의 생산과 판매 등을 금지토록 한 판결도 함께 돌려보냈다.
미국 1심 재판부가 피고인 코오롱인더스트리측에 유리한 증거를 배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항소심은 판단했다. 또한, 항소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을 뿐만 아니라 1심 재판을 맡았던 로버트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도록 명령했다.
지난 2009년 듀폰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5년부터 독자기술로 첨단 섬유 ‘아라미드’를 생산하자 ‘케블라(Kevelar)’ 섬유의 영업비밀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후 2011년 1심 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9억1990만달러를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코오롱과 미국 현지 법인이 듀폰의 전직 기술자와 마케팅 담당자들을 고용해 듀폰의 영업기밀을 불법 입수했다는 것이 배심원 평결 이유였다. 이를 시작으로 2012년 8월에는 버지니아주 동부 법원이 코오롱의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를 명령하기도 했다. 하루 만에 1심 법원의 ‘생산·판매 금지명령’ 등에 대한 긴급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코오롱 구미공장 생산라인은 무사히 가동되고 있다. 가처분에 의해 생산 금지는 풀리긴 했지만 1심 판결은 코오롱의 사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해당 명령 자체가 파기돼 사업의 불확실성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코오롱은 2012년 9월에 정식으로 항소했다. 듀폰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1심에서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가 배제된 점, 손해배상액 산정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번 파기 환송 판결에 따라 듀폰이 코오롱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민사소송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배제된 1심 판결을 완전히 무효화한 것이어서 의미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듀폰 관계자는 “이번 항소심은 1심 절차상 문제를 지적해 파기 환송한 것인만큼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듀폰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1심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vs 듀폰 소송 일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