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도 경쟁시대...돈은 몰리는데 투자할만한 기업은 적어

창조경제 분위기 확산으로 벤처캐피털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좋은 투자 대상기업을 찾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수 벤처기업에는 복수의 창투사가 서로 투자하겠다며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6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 투자 여력이 크게 개선됐다. 중소기업청은 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했고 성장사다리펀드는 4400억원 규모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자금회수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기업은 독자적으로 1000억원 규모 벤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은 것도 벤처기업 투자에 돈이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자금이 벤처 창업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투자도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창업 후 3년여간 투자 없이 버텨왔으나 최근 10여곳의 벤처캐피털이 투자 의향을 보이며 찾아왔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이 되기도 했지만 투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이다. 현재 가치평가, 투자시점 등 조건을 고려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력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관심 받던 한 스타트업은 투자유치 공고 후 쏟아지는 제안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회사는 결국 공고를 철회하고 투자유치를 뒤로 미뤘다.

모바일 서비스 앱을 개발하는 한 업체는 기업가치를 100억원 정도로 평가받았으나 벤처캐피털 대여섯 곳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200억원으로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회사는 사업 운영에서 각종 지원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조금만 눈에 띄는 벤처기업이 나타나면 벤처캐피털이 서로 투자하겠다며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투자자로 선정되고자 과도한 기업 가치 평가나 인센티브 제안까지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좋은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려는 경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다보니 경쟁이 더 심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투자 대상 기업의 심사 평가가 소홀해지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과열에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기업이 고평가되면서 향후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자금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기업 가치나 수익성에 비해 큰 자금(고 배수)이 투입될 때 손실 우려가 크다고 경고한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최근 투자 확대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모두가 양질의 벤처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면서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자금회수시스템에 이르는 전 주기의 건강한 벤처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