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블랙아웃 타격 `3분 대기조` 청평양수발전소를 가다

1980년부터 30년 넘게 국가 전력 비상사태 최후방어선 역할을 해온 곳. 블랙아웃 발생 시 정지된 각 발전소에 첫 기동 전력을 공급하는 곳. 바로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인근에 위치한 청평양수발전소다. 지난 4일 방문한 청평양수발전소는 관광지와 발전시설이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첫 방문지인 호명호수는 청평양수가 상부저수지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다. 15만㎡의 면적에 267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엄연한 전력시설 중 하지만 산 아래 청평호와 어우러지는 수려한 경관에 지금은 한해 20만명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청평양수발전소 직원들이 발전소 배관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청평양수발전소 직원들이 발전소 배관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청평양수의 설비용량은 40만㎾. 지금의 만수위라면 전력거래소 급전지시 요청 후 바로 3분만에 진주시 시민의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력을 6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다.

청평양수가 ‘3분 특공대기조’로 불리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전과 석탄은 급전지시를 받아도 100% 가동하는데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 가동시간이 빠르다는 가스복합화력도 2시간 이내 100% 발전은 힘들다. 양수발전은 전력수급 위기 시 가장 빨리 전력을 생산해 계통을 안정시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호명호수를 지나 굽이굽이 고갯길을 20분 정도 돌아 내려오자 청평양수를 만날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이자 동양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발전소지만 노장이라 부르기엔 아직 팔팔한 기운이 넘쳤다. 기다란 내리막 터널을 따라가 발전기와 펌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치 굴속의 비밀기지와도 이곳의 해발고도는 -10m다. 해발고도 535m에 있는 호명호수의 수자원이 이곳까지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한다.

설동욱 청평양수발전소장은 “전력이 남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8시간 동안 청평호의 물을 호명호수로 끌어올리고 전력가격이 상승하거나 정전위기 시에는 물을 방류해 전력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전력위기 시에는 3분대기조의 역할을 하지만 요즘과 같은 평시에는 전력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청평양수는 시설 교체를 준비 중에 있다. 30년이 넘게 사용된 노후 장비들을 새것으로 바꾸고 수도권 최전방 양수발전소의 임무를 계속할 예정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은 큰 용량으로 국가 전력을 풍족하게 한다면 양수발전은 빠른 가동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발전소”라며 “양수발전의 3분 특공대기조 역할로 전력위기 극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경기)=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