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판가인하 요구가 심해지면서 회사를 아예 매각하려는 협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외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기 쉽지 않은데 중국 업체들마저 점차 국내 안방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로 더 어려워지기 전에 서둘러 탈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소재·부품 업계에서 연로한 창업 1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자녀들도 회사를 물려받는 데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협력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자칫 그동안 쌓아왔던 소재부품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케이스·터치스크린패널(TSP)·카메라모듈용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렌즈 등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 업체들이 잇따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케이스 협력사 몇 곳은 오래 전부터 M&A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소식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용 AF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A사도 최근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올라왔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일본 회사에 한 번 팔렸지만, 모기업이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또 M&A 시장에 나왔다. A사는 국내에서 AF 액추에이터를 처음 시작한 업체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수 업체들은 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국내에서 인수 대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 업체를 인수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까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도 매물로 나온 곳도 있다. 지배 주주 비율이 너무 낮거나 오너가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경우다. 카메라모듈 렌즈 업체 B사와 TSP 업체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1대 주주 지분율이 너무 낮고 향후 성장성도 장담할 수 없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중국 TSP 업체 및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이 B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사는 중국 오필름과 M&A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필름은 국내 렌즈 업체를 인수해 렌즈부터 카메라모듈까지 수직계열화한다는 목표다.
소재·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 기술 국산화에 노력해온 소재부품 업체들이 중국으로 헐값에 팔릴까 걱정된다”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자사 이익에만 너무 매달리기보다는 국내 후방 산업을 키우는데 좀 더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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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