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미국 석유 직접 캔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 석유 생산광구 운영권을 확보해 개발에 나선다. 1983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설립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Plymouth)와 케이에이 헨리(KA Henry)가 보유한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한 미국 현지 생산광구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한 미국 현지 생산광구

인수 지분은 각각 오클라호마 소재 그랜트 가필드 카운티(Grant Garfield County) 생산광구의 지분 75%와 텍사스 소재 크레인 카운티(Crane County) 생산광구의 지분 50%다. SK이노베이션이 두 생산광구의 지분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총 3871억원이다.

2011년부터 개발된 그랜트 가필드 카운티 생산광구는 하루 2500배럴, 2012년부터 개발된 크레인 카운티 생산광구는 하루 750배럴 원유를 각각 생산 중이다. 두 광구를 인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현재 약 7만1000배럴에서 약 7만4250배럴로 늘어나게 됐다.

김정기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자원개발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제시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자원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미국 시장에서 석유개발사업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개발 역량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석유광구 운영권 확보는 SK그룹 자원개발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성과다. SK이노베이션은 유공 시절인 1997년에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5개 생산광구에 지분을 투자한 적이 있었지만, 운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사업은 생산·탐사 광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에 그쳤었다. 이번 그랜트 가필드 카운티 광구 사업은 생산광구를 직접운영하게 된 첫 사례로 석유개발사업 전문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자원개발 분야 위상 크게 강화됐다. 이번 성과로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5개국에서 7개 생산광구, 15개 탐사광구 등 총 22개 광구와 4개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외적·내적 모든 면에서 국내 최대 민간 석유개발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미국 석유개발 사업 성과에는 최태원 회장의 ‘자원부국 경영’ 코드가 있었다. 2000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광구 지분 매각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사업은 최 회장이 자원 경영 드라이브를 본격화 한 2000년대 중반부터 재시동을 걸었다. 당시 최 회장은 “석유개발 본고장이 미국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자원개발 사업에 애정을 보였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휴스턴에 자원개발기술센터(EPTC)를 세워 지질학자 등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E&P CIC(Company in Company) 출범과 함께 이 센터를 E&P미주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랜트 가필드 광구가 개발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 2500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추가 시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크레인 카운티 광구는 규모가 작지만, 나머지 50%의 지분과 운영권을 보유한 석유개발 전문회사 헨리 리소시스(Henry Resources)와의 협력으로 노하우 습득과 신규 공동사업 추진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