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 "은행들 키코 위험 인지…전면 재수사 필요"

키코사건 재수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키코사건 재수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이 관련 사건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10년 검찰이 키코상품을 판매한 4개 은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녹취록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키코 사건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에서 은행의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2010년 작성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키코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공대위 주장이다.

회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민병두·박민수·박영선·서영교·이종걸·임내현·전해철·정세균·정호준·최민희 의원 등이 참석해 키코상품 판매 4개 은행 재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대위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판매를 맡은 은행원은 키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징후가 포함됐다. 2008년 1월 8일 녹취록에는 ‘옵션상품이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줄 확실히 깨달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은행이 키코 판매로 큰 마진을 챙긴 정황도 있다. 녹취록 곳곳에 ‘그래도 4만5000달러 이상 남는다. 선물환은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다른 은행도 비슷하게 마진을 많이 땡긴다’ 등의 발언이 담겼다.

공대위는 은행이 선물환보다 키코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판단,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또 녹취록에 은행이 키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장기계약을 유도하거나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속인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재하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오늘 공개한 자료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검찰은 키코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하고, 감사원의 금융감독당국 감사와 키코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한 재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은 783개사며 총 피해규모는 3조2247억원에 달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