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동네 빵집 진출과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관련 조직을 키우고 스마트폰 액세서리·주변기기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무선충전기부터 암밴드·케이스·리모컨·파우치·차량용거치대·플립커버·스피커 등에 이르는 스마트폰 관련 제품 시장을 겨냥했다.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글 글라스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당장 눈앞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액세서리·주변기기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혁신보다는 작은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철저한 단기 성과주의 문화 탓이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중요한 프로젝트라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자칫하다가는 자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혁신 자체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갤럭시기어 출시 이후 스마트와치 라인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 기어2가 정작 필요한 기능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부가 기능에 치우쳐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기만 하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구글 글라스처럼 이슈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 단순 액세서리·주변기기 판매로는 상당한 수익을 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액세서리·주변기기는 큰 리스크 없이 원가의 4~5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 사업”이라며 “삼성전자는 브랜드를 활용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보다 몇 배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1000여개 중소업체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용 액세서리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용 주변기기 개발에 영세 업체로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곳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그 리스크가 전적으로 투자한 기업의 몫이란 반응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된 지금 차세대 먹거리로서 액세서리·주변기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모든 제품을 직접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없고, 혁신도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자공학 전공의 한 대학교수는 “액세서리·주변기기 시장은 스마트폰 업체와 협력사 간 수평적 협력 모델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해 협력업체를 고사시킨다면 어떤 업체가 삼성전자의 그늘 아래(생태계)에 들어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