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불붙으면서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 또는 5만원대에 판매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삼성전자판매(구 리빙프라자)가 운영하는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갤럭시S4’가 5만원에 팔리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액이 27만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공짜폰’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법망을 교묘히 회피한 대기업의 상술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가 주는 보조금 외에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판매 장려금이 보태지면서 이른바 공짜폰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3년 전 20여개 매장을 시작으로 매년 휴대폰·주변기기 전문매장인 ‘삼성모바일스토어’ 수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전국 8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프라자까지 합치면 전국에 약 420개의 직영유통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전까지 국내 휴대폰 시장은 ‘제조사→이통사→직영점·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삼성이 휴대폰 유통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유통 구조가 생겨났다. 기존 유통망 외에 ‘제조사→삼성모바일스토어(삼성디지털프라자)’ 유통 구조가 생겨나며 이원화됐다.
두 유통망의 차이는 매우 크다. 단말기 출고가격이 정해지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는 각각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을 내놓고, 그 금액만큼 할인한 가격에 단말기를 판매한다.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은 27만원이다. 이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사는 법으로 제재를 받게 돼 있다. 올해 초 이동통신 3사가 과도한 보조금 지급 경쟁을 벌이다가 지난달부터 순차 영업정지를 당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이 삼성디지털프라자에 직접 공급하는 단말기는 이 같은 제재를 전혀 받지 않는다. 관련 법규상 정부가 제조사의 유통망을 규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법규제의 공백을 적극 활용했다. 충남 아산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지난해 디지털프라자가 최신 스마트폰을 5만원에 내놓는 바람에 주변 상권은 아수라장이 됐다”며 “보조금 제재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우리들은 이제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때문에 매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휴대폰 유통시장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생활밀접형 43업종’을 선정하면서 휴대폰 판매업을 포함시켰다. 전형적인 ‘골목상권’이다. 다른 판매상은 “자영업자들이 하던 시장에 삼성이 뛰어들면 우리는 다 죽으라는 것과 같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삼성디지털프라자 유통망을 후방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신형 플래그십모델 ‘갤럭시S5’를 자체 영업망에 집중 전시하고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의 한 삼성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본사 사정으로 철회되긴 했지만 지난달 27일 이동통신사가 개통을 시작하면 디지털프라자에서도 갤럭시S5를 바로 출시하는 것은 물론 물량도 충분히 배분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출시 초기에 충분한 단말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반 판매점에 비해 디지털프라자는 단말기 수급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MVNO)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유통망을 직접 관리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전국 유통망 가운데 약 10%는 제조사와 직접 계약해 단말기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마케팅비도 별도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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