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이날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세인트 조지’ 축일이면서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80여 국가에서 이 날을 기념한다.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펼쳐지고, 영국에서는 한 달간 부모가 자녀에게 잠들기 전 20분씩 책을 읽어 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
또 12일부터 18일은 제50회 도서관 주간이기도 하다. 책과 가까워지기 좋은 시기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등 주요 도서관에서 세계 책의 날과 도서관 주간을 맞아 다채로운 전시회와 강연 등 행사가 펼쳐진다.
아이와 함께 책 관련 행사를 찾아보며 인류의 오랜 지혜의 보고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 빠져 지내는 우리 아이, 이번 세계 책의 날과 도서관 주간을 맞아 스마트폰보다는 책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도록 아빠가 시간을 내 보자. 부모가 먼저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이 될 것이다.
◇동서양 책의 향기 느끼는 전시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는 국경이 허물어진 현대 세계 각국의 문화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세계 어린이 책의 날 포스터전’은 1969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각국의 대표 작가들이 그린 세계 어린이 책의 날 기념 포스터 46점과 안데르센 수상자의 대표작 책 80여 종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제공.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조선 시대와 중세 이탈리아의 고문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는 조선 시대 왕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왕릉, 죽은 왕들의 궁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에 행차했을 때의 의례 절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나 국왕이 왕릉 행차할 때의 행사를 그린 ‘능행반차전도(陵行班次全圖)’ 등 관련 고문헌 25종 129책을 만날 수 있다. 6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지난달 개막, 이미 15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 ‘르네상스형 인간, 마키아벨리’는 격동의 중세 이탈리아로 안내한다. 마키아벨리의 삶과 작품을 보여주는 필사본 원본과 육필 서간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공개한다. 특히 로마의 베네치아 궁전, 피렌체의 우피치 박물관과 국립도서관, 페루자 아구스타 시립도서관 ‘캄피’ 콜렉션 등 이탈리아의 주요 박물관과 도서관이 보유한 르네상스 시대 소장품과 마키아벨리의 인쇄본 원본 및 복제품 등 20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자녀와 함께 하는 책 체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생활 속 교육 문화의 장으로 변모한 도서관의 각종 강연과 문화 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찾아 보자. 국립중앙도서관은 ‘길 위의 인문학’, 국립세종도서관은 제2기 ‘자녀를 위한 마중물 부모 강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사서와 함께 하는 동화 구연’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6일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전 강연은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저자인 세화고등학교 이태원 교사가 강사로 나서 ‘정약전의 바다로 가는 길’을 주제로 생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시도한다. 25~26일 전남 신안 현장 탐방은 ‘흑산’의 저자 김훈 작가가 직접 해설을 맡는다.
16일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자녀를 위한 마중물 부모강좌’는 청소년 자녀를 둔 세종시 인근 주민 ? 교사를 대상으로 게임과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가정의 행복 비결을 전수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는 12일 ‘사서와 함께 하는 동화 구연’ 행사가 펼쳐진다. 사서가 직접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만들기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독후 활동을 진행한다. 같은 날 열리는 ‘언니·오빠와 함께 읽는 영어그림책’은 고등학생 자원봉사자가 외국 동화를 읽어주고 책과 관련된 역할극과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영어에 대한 친밀감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은 나란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도 진행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연극으로 읽는 동화’는 어린이들이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직접 몸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다. 책을 놀이로 체험해 보는 새로운 형태의 독후 활동이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책과 함께 체험놀이’와 ‘문화예술 체험놀이’ 두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책과 함께 체험놀이’는 ‘도서관에서 꿈과 희망을~’이란 주제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에게 도서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독서를 통한 글쓰기, 토론 능력을 배양하는 독서 활동이다.
‘Let It Go! 이제 꿈의 나래를~’ 주제로 진행되는 ‘문화예술 체험놀이’는 초등학교 6학년 및 중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올바른 방법을 체득하는 창의 미디어 활동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