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요? 싸우겠다는 변호사도 없습니다.”
과거 디스플레이 부품을 주력으로 했던 A사. 지금은 업종을 바꿨지만 관련 특허와 기술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A사는 대기업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경고했지만, 대기업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A사가 중소기업이어서 일까요. 억울한 A사는 소송을 걸 마음으로 로펌을 찾아다녔지만, 진짜 좌절은 그 때부터 였습니다. 대기업과 싸움에 선뜻 나설 변호사를 찾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대부분 ‘포기하라’고 겁부터 줬다네요. 사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억 소리 나는 소송 비용 뿐만 아니라 계열사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회사 문 닫기 딱 좋은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 나라 중소기업이 건강해야 대기업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기업에 참 좋은데 말로 할 수는 없고”
최근 반도체 업체 B사는 삼성전자로부터 상을 하나 받았습니다. 기술 등의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회사 사무실에는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상패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에서 상을 받았으니 참 좋은 일인데요. 아쉽게도 B사는 이 좋은 소식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못합니다. 삼성전자가 발표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삼성전자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상패는 그저 진열장 안에서 사무실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며 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려면 삼성전자는 왜 상을 주는지 모르겠네요.
○…인재를 키우면, 그 인재는 회사의 자산이 됩니다.
중견 소재 기업 C사. 소재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30년 가까이 소재 사업을 키워온 대표적인 회사로 꼽힙니다. 1980년대 금속 파우더 제조에서부터 시작한 이 회사는 기술력을 쌓아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수요를 먼저 읽는 선견지명 덕분에 회사 성장은 계속 됐지만 어려움도 있었는데요. 바로 인재입니다. 아무리 성장하는 회사라도 경기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에는 뛰어난 인재가 오지 않았습니다. C사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인재 양성’입니다. 인재가 오지 않는다면 인재를 직접 키우는 것입니다. 우수한 개발자들을 뽑아 석·박사 교육을 지원해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우수 인재 풀을 갖추게 됐다구요. 게다가 이들의 애사심은 말할 것도 없을 테니, 어떤 회사도 부럽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다른 기업의 인재들이 이 회사를 부러워하겠죠.
○…소재 개발, 돈만으로는 안됩니다.
최근 삼성을 비롯한 국내 굴지 그룹의 최대 화두는 소재입니다. 진입장벽이 높아 사업을 일구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기업이 너도 나도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투자에도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액정은 아직도 국산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죠. 왜 일까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할 소재 개발을 단기 성과로 판단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핵심 연구개발 담당자는 단기 성과를 내지 못하면 몇 년도 채 안 돼 교체됩니다. 혹시 돈만 쏟아 부으면 노벨상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소재 사업을 정말 키우고 싶다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합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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