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스마트그리드, 유·무선 혼·복합형 AMI로 선회

국가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 인프라(AMI) 통신 방식으로 한국형 전력선통신(PLC)만을 고집해온 한국전력이 다양한 유·무선 방식을 검토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국가 AMI 완성도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한국형 PLC 이외 저속 PLC를 포함해 지그비·와이파이 등 다양한 통신방식을 채택한 ‘유·무선 혼·복합형 AMI 시스템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국 2194만가구 대상 AMI 국책사업이 시작된 지 4년 만의 결단이다. 그동안 제기돼 왔던 한국형 PLC의 통신성능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업은 정부지원금 15억원을 포함해 민간부담금(현물포함) 60억원 등 총 75억원을 투입한다. 이달 말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최종 심사를 거쳐 하반기 시작해 3년간 진행한다. 한전은 사업에서 △국가 표준 기반 유·무선 혼·복합형 AMI시스템 통신 체계 개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위한 표준 미터링 프로토콜 개발 △IPv4/IPv6 대응·보안기술을 개발하고자 실증을 활용한 성능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기존 데이터집합장치(DCU) 당 반경 100m 내 200가구까지 적용됐던 통신 적용 범위를 500m 500가구까지 확대 가능한 기술체계를 마련한다. 여기에 15분 단위로 수집하는 70% 수준의 적시수신율을 5분 단위로 9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박병석 한전 전력연구원 부장은 “한국형 PLC 적용으로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거나 지중 등 통신 음역지역을 해소하고자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며 “원격 검침은 물론이고 다양한 부가서비스 운영을 위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면서 보다 신뢰성을 높인 국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업계도 이번 사업을 반기고 있다. 한전 PLC만을 고집한 탓에 기술 부족 등으로 AMI사업이 지연된데다 다양한 통신방식을 요구하는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 AMI 구축사업은 2010년 시작됐지만 상호 운용성 등의 기술 부족과 특정 업체와의 특허권 분쟁으로 4년간 지연됐다. 이 때문에 국내업체의 실적 확보가 늦어지면서 해외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AMI는 수용가와 전력회사 간 양방향 통신체계를 구축해 원격검침, 수요관리(DR), 전력소비 절감, 전기품질 향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다. 한전은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194만 가구에 AMI를 구축할 목적으로 매년 250만대씩 구축할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