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는다]<4>마띠 헤이모넨 주한 핀란드 대사

“핀란드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꼽자면 ‘혁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띠 헤이모넨 주한 핀란드 대사(58)는 핀란드가 이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의 성과와 과정을 이야기하며 그 기반에는 혁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세계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핀란드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전 세계인에게 인기를 끈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 최근 인터넷 오픈SSL에서 ‘하트블리드’란 버그를 찾아 세계 IT 보안업계를 긴장시킨 코데노미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혁신적인 ICT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유명한 PC 운용체계(OS) 리눅스도 핀란드의 컴퓨터 공학도 리누스 토발wm가 개발했다.

헤이모넨 대사는 “핀란드가 노키아로 유명하지만 이 밖에도 다양한 ICT 기업을 배출했고 여전히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며 “노키아의 급격한 위축은 오히려 핀란드 산업에 강한 토대가 됐다”고 전했다.

세계 1위 휴대폰 회사로 명성을 얻은 노키아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후 경영난을 겪었다. 지난 2012년에는 전체 직원중 3700여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고 현재 네트워크업체 노키아솔루션즈네트워크(NSN), 세계적인 지도 데이터업체 히어(HERE),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스를 운영하고 있다.

헤이모넨 대사는 “노키아는 정리해고로 발생할 실직자들을 돕기 위해 ‘브릿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한 사람당 2만5000유로씩 지원 받는 프로그램으로 무선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도 컸다.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TEKES)은 벤처캐피털펀드인 핀베라를 통해 다양한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했다. ‘이노베이션 밀’이란 프로그램으로 노키아 퇴직자들도 도왔다. 이를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만 300개 이상이다.

헤이모넨 대사는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다양한 스타트업을 뿌리내리도록 도왔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기업 환경부터 교육까지 핀란드 전체가 혁신을 추구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분위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핀란드는 2008년부터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의 혁신으로 꼽히는 대학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 2010년 헬싱키기술대학, 헬싱키경제대학,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을 하나로 합친 알토대학이 탄생했다. 각기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이 대학은 특히 ‘스타트업 사우나’로 유명하다. 매년 100만유로 예산을 지원받아 예비 창업자들을 돕는다. 알토대학은 이제 핀란드 창업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다. 일카 키비마키 스타트업 사우나의 설립자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2014 창조경제 글로벌포럼’에도 초청돼 연설한 바 있다.

헤이모넨 대사는 “핀란드는 이제 ICT 허브로 불릴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챔피언십 ‘헬로월드 오픈’에는 매년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헬싱키에 모여 그들의 열정을 발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혁신 지향적인 환경이 대한민국의 ‘창조경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담당자들이 헬싱키를 찾아 핀란드 경제부와 함께 창조경제 포럼을 가졌다.

헤이모넨 대사는 “핀란드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을 뿐이지 이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 정부 및 기업들과 핀란드에서 일궈낸 성공사례를 함께 나누고 또 한국의 창조경제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조경제 파트너로서 두 나라가 성공적인 혁신과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마띠 헤이모넨 주한 핀란드 대사 약력

1957년 핀란드 출생

1886~1987년 핀란드(헬싱키) 외교부 담당관

1987~1988년 주스위스(제네바) 핀란드 상임공관 담당관

1988~1990년 주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핀란드 대사관 2등서기관

1990~1994년 주스위스(제네바) 핀란드상임공관 2등서기관

1994~1995년 주스위스(제네바) 핀란드상임공관 참사관

1995~1997년 핀란드(헬싱키) 외교부 참사관

1997~1998년 주독일(본) 핀란드 대사관 참사관

1998~1999년 주독일 베를린 핀란드 분관 공사참사관

1999~2001년 주독일 (베를린) 핀란드 대사관 공사참사관

2001~2004년 주일본(도쿄) 핀란드 대사관 공관차석 및 공사참사관

2004~2008년 핀란드 (헬싱키) 외교부 수출진흥 및 국제화 담당 코디네이터

2008~2012년 주상하이 핀란드 총영사관 총영사

2012년 10월 주한 핀란드 대사(서울 주재 남북한 겸임 대사) 부임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