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소기업이 우수 기술인력 배출, 연구개발(R&D)투자 확대 등으로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대기업이 기술을 빼내고 탈취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EC)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간 적발된 첨단 기술 해외 유출 적발건수는 총 375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49건이 적발됐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숫자다. 유출분야는 과거 정보통신, 전기전자 분야에서 방산·전략물자 등 신경제 분야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기술 유출의 73%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해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침해가 잦은 원인은 기술 탈취 시 기대 이익이 큰 반면에 해당 중소기업이 제기하는 소송 배상액이 크게 낮아 국내외 대기업으로부터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은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과 대기업과의 주종관계 등 특수성으로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나 기술 탈취를 당해도 고발·소송에 나서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한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한 법안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달 중 법안 통과가 유력시된다.
김동완 의원(새누리당) 주도로 발의된 법안은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사후 규제가 아닌 중소기업 기술유출 침해에 대한 사전예방과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에는 기술보호 진단 및 자문, 기술자료임치제도 활용 등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과 중소기업 기술보호 전담기관 운영, 기술보호 전문 인력 양성·홍보, 보안기술개발 촉진·보급 등 중소기업 기술보호 기반 조성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비용이나 시간 문제로 소송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신속하고도 간편한 분쟁 조정 및 중재 제도에 관한 규정도 함께 실었다.
김동완 의원은 “신속한 기술 분쟁 조정·제도로 중소기업 부담을 해소하려는 것이 제정 목적”이라며 “법률이 제정되면 중소기업 핵심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와 기술 침해 시 정당한 배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촉진 등 건전한 창업 생태계 선순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이달 중순 임시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은 관련 부처와의 의견 조율이 이뤄진 만큼 법안 통과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기청은 법이 제정되면 중소기업 기술이 사전보호와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보다 첨단화된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로 지속 발전해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술 분쟁조정·중재 제도 도입으로 기술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보호 법률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지원 예산이다.
중기청이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 수요에 비해 예산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단적인 예로 올해 중기청 기술개발사업 예산이 8200억원에 육박하나, 막상 기술을 보호하는 데 지원되는 예산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65억원에 불과하다.
오세헌 기술협력보호과장은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 못지않게 힘들게 개발한 기술 보호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민간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