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미국 친환경차 규제를 받게 되는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해마다 천문학적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단기간에 친환경차 판매를 늘릴 대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현대자동차와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보호국(CEPA)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부터 캘리포니아 친환경차(ZEV) 규제를 받는다. 이 규제는 당초 캘리포니아 내에서 연간 6만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에만 해당했으나 2012년 2만대 이상으로 강화돼 현대·기아차도 대상에 포함됐다.
해마다 일정량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도록 하는 게 이 규제의 핵심이다. 친환경차마다 가중치(크레디트)를 부여해 총 의무 판매량을 정한다. 벌금은 1크레디트당 5000달러(약 517만원)나 된다. ZEV 규제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시행되고 있으나 향후 뉴욕, 오리건, 버몬트, 코네티컷 등 10여개 주로 확산될 전망이어서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 규제를 극복하고자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오는 3분기 미국 시장에 기아 쏘울 전기차를 출시하고 2016년에는 현대차에서 순수전기차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S, BMW i3 등이 선점한 상태다. 특히 이들 업체는 대량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4월부터 미국에서 리스 영업을 시작한 현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 인프라 미비가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용 충전소는 58개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 주가 지난해 11월, 2024년까지 100개의 충전소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실화되기엔 시간이 너무 멀다. 하이브리드차는 2018년부터 ZEV 규제에서 규정한 친환경차 기준에서 제외된다.
ZEV 규제를 지키지 못했을 때 부과되는 벌금은 해마다 크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는 2018년 2250만달러의 벌금을 내면 되지만 3년 뒤인 2021년엔 6000만달러를 내야 한다. 이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면 벌금액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다른 회사의 크레디트를 구입하는 등 ZEV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모두 대량 보급하는 데 약점이 있다”면서 “ZEV 규제에 대응하려면 향후 3년간 크레디트를 확보하는 한편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ZEV 크레디트 비율 / 자료:캘리포니아 환경보호국>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