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제조업의 해외 공장 이전은 비단 그 회사의 고용과 투자가 감소하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각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이 완제품 기업을 따라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은 제품 출시 주기가 다른 완제품에 비해 워낙 빨라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협력사 대부분이 완제품 업체를 따라가야 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제1부품 협력업체인 삼성전기는 베트남 옌빈 지역에 12억3000만달러(약 1조2743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카메라모듈, 인쇄회로기판(PCB), 전원공급장치(파워모듈) 등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투자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 하노이 북동쪽 박닝성 옌퐁공단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는 옌퐁에서 얼마 멀지 않은 타이응웬 공장을 구축하기 시작해 베트남을 스마트폰·태블릿PC 생산 거점으로 키웠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중소·중견 협력사들도 줄줄이 베트남행을 택했다.
케이스를 생산하는 우전앤한단의 신규 시설 투자는 지난 2012년 이후 베트남 빈즈엉·박닌성, 중국 절강성에 집중됐다. 특히 스마트폰용 부품은 베트남 공장에서 주력 생산한다. 생산설비 역시 장부가액 기준 국내는 198억1300만원, 해외는 1586억8600만원으로 해외가 8배에 달한다.
카메라모듈 협력사인 엠씨넥스는 2200만달러 출자, 1300만달러 현지 차입을 통해 총 35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과 맞닿은 옌퐁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플렉스컴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공급한다. 지난 2008년 베트남 진출 이후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렸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비나공장 생산량이 국내 안산 공장 생산량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66만㎡를 생산한 반면 베트남에서는 72만㎡를 제조했다.
인탑스는 지난 2010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 2012년 공장을 증설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2892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이 회사 국내 생산 매출 4650억원보다는 적지만 중국 톈진공장 2834억원과 베트남 매출액을 합하면 해외 생산량이 국내를 넘어섰다.
이 외에도 파트론, 서원인텍, 모베이스 등 삼성전자를 따라나간 협력사는 현재 65~70개에 이른다. 올해 말까지 100개 가까운 업체가 베트남으로 제조 기지를 옮길 계획이다.
한 삼성전자 전 직원은 “과거에 현지에 동반진출해서 부품을 제때 조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발주가 끊긴 전례가 있다”며 “각 업체마다 인건비 부담 등 사정은 다르겠지만 삼성전자에서도 동반 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최근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에 휴대폰·가전제품 부품 전문 업체는 많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옮겨갔다”며 “자동차, 태양광 등으로 산업군이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기자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