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방송 시대 열렸지만…셋톱박스 대기전력 기준이 `발목`

초고화질(UHD)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UHD 셋톱박스의 등장이 예고됐지만 정부의 셋톱박스 대기전력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차세대 방송인 UHD뿐만 아니라 스마트 홈, 홈게이트웨이 등 집 안의 핵심 통신 장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셋톱박스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에너지관리공단은 셋톱박스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셋톱박스 효율관리 기준 제정(안)’을 변경 고시할 계획이다.

주요 변경 내용은 셋톱박스 능·수동 대기모드 소비전력을 능동은 최대 16W, 수동은 최대 1W로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가 UHD, 스마트 셋톱박스 등 다양한 방송 서비스 구현이 어렵다고 반발하자 정부는 대기전력 기준을 능·수동 둘 중 하나만 만족시키는 것으로 물러섰다.

대기전력이란 가전제품의 전원을 꺼도 플러그를 뽑지 않으면 발생하는 전기소비다. 능동대기모드는 셋톱박스가 전원에 연결돼 있고 리모컨이나 내·외부 신호를 받으면 다른 모드로 전환될 수 있으며 주기능이 아닌 백그라운드 기능만을 수행 가능한 상태다.

수동대기모드는 셋톱박스가 전원에 연결돼 있지만 주기능과 백그라운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즉, 능동대기모드는 TV를 보지 않는 상태에서도 셋톱박스를 이용해 무선 인터넷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수동대기모드에서는 불가능하다. 수동대기모드는 셋톱박스를 끈 것과 비슷하지만 리모컨으로 켤 수 있다는 것이 완전 꺼진 상태와 다르다.

현행 셋톱박스의 대기전력 기준은 추가기능까지 포함해 20W지만 고시가 시행되면 능동은 최대 16W, 수동은 1W로 둘 중 하나의 기준은 맞춰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진화로 스마트 홈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전력 최대치 제한은 향후 게이트웨이 형태의 셋톱박스 개발을 막는 일”이라며 “그나마 능·수동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다행이지만, 기업들은 ‘수동’만 맞추게 돼 결국 ‘능동’ 기준은 있으나마나 한 규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능동대기모드의 ‘16W’ 기준이 결국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HD, 스마트, UHD 등 기능과 서비스의 규모가 다른 단말을 셋톱박스로 구분된다는 이유로 능동대기모드 전력을 모두 16W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스마트, UHD 칩세트는 대부분 외국 기업이 생산해 국내 사양을 맞출 수 없을 뿐더러 16W로 맞출 수 있는 칩세트가 현재 개발돼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업계 요청으로 이를 감안해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는 것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개발 중인 스마트 셋톱박스가 고품질 방송서비스가 가능토록 효율기준을 감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