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운전자와 자동차 간 직관적 대화 `총체적 HMI`

내장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읽어내면 자동차는 더 최적화되고 직관적인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콘티넨탈 코리아 제공>
내장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읽어내면 자동차는 더 최적화되고 직관적인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콘티넨탈 코리아 제공>

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다보면 차에 달린 속도계를 볼 일이 점점 줄어든다. 내비게이션에서 속력을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길 안내를 보면서 동시에 속력 정보도 보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고 더 이상 이야깃거리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미가 숨어 있다. 바로 ‘속도계 바늘 정보가 내비게이션의 디지털 숫자 정보보다 읽어내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의 속력 정보는 항상 일정한 위치에 숫자로 표시된다. 한 번 위치를 파악하면 다음부터는 그 위치를 보기만 하면 ‘단 한 번’에 속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늘로 표시되는 계기판의 속력 정보는 항상 위치가 변한다. 바늘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면 운전자는 우선 바늘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한 후, 그 바늘이 어떤 숫자를 가리키고 있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그러나 바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해서 속력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계기판 속도계는 5나 10 단위로만 숫자가 표기돼 있고 나머지는 눈금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바늘이 자잘한 눈금들 사이 몇 번째에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정확한 속력 정보를 알 수 있다. 차의 현재 속력을 알기 위해 운전자는 최소한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숫자 크기가 작아 읽기 어려운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미 중간 단계가 많다는 점에서 계기판은 내비게이션보다 속력 정보 안내에서 ‘열등한’ 위치에 놓인다. 다시 말해 속력 정보 안내에 있어 내비게이션이 속도계보다 ‘직관적’이다.

‘인간과 기계 간 연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는 편의성은 물론이고 안전성 관점에서도 자동차의 중요한 연구영역이다.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덜 직관적일수록 운전자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현재 속력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바늘을 찾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고 위험은 커진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고급차를 중심으로 보급이 늘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더 우수한 HMI를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운전자 시야가 항상 머무는 전방 유리창 위에 숫자로 속력 정보를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및 부품 회사들은 이처럼 자동차와 운전자가 정보를 교환하는 모든 지점에서의 HMI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총체적 HMI’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든 정보를 최대한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눈에 보이는 도로를 따라 길을 안내해주는 ‘증강현실 HUD’가 대표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장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현 상태(졸음, 부주의)를 파악해 더욱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까지 연구되는 단계다. 이는 향후 자율주행자동차로 연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