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사의 콘텐츠 사랑…"엔터테인먼트를 판다"

‘기기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콘텐츠도 함께 간다.’ 전자제품 사용에 감성과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기기 기술력뿐 아니라 콘텐츠를 묶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자사 음원 사이트 삼성뮤직을 통해 인기 아이돌 엑소(EXO)의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삼성뮤직이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진행한 이날 행사는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을 받는 등 신생 음원 사이트의 성공적인 홍보였다는 평가다. 스마트TV는 이달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서비스 멜론을 무료로 제공한다. 삼성앱스에서 멜론 서비스를 실행하면 2개월 간 음악 200회, 뮤직비디오 300회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의 콘텐츠 영토 개척은 전방위적이다. ‘스마트 허브’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이용해 영상·음악·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NHN 한게임 출신의 김규호 전무를 영입하며, 미디어솔루션센터의 게임 관련 부서를 강화했고 지난 1월 개최된 CES에서는 EA·컴투스 등 국내외 게임 업체와 만든 게임 10종을 내놓기도 했다.

초고화질(UHD) TV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FOX·파라마운트 등 콘텐츠 제작사와 제휴를 통해 삼성 UHD TV에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10일 2014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UHD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콘텐츠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LG전자도 주력 상품인 스마트TV를 중심으로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2월 미국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와 제휴로 그래비티·맨 오브 스틸 등 인기 3D 영화 30여편을 확보했고,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을 3D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SBS와 함께 3D 드라마 ‘강구 이야기’를 내놓은데 이어 하반기에도 3D 드라마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방송사·콘텐츠 제작사들과의 제휴로 LG 스마트TV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에반게리온 캐릭터 이카리 신지를 모델로 한 소니 워크맨 NW-F887
에반게리온 캐릭터 이카리 신지를 모델로 한 소니 워크맨 NW-F887

소니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디자인과 삽입곡을 반영한 워크맨 한정판을 24일 일본 내 소니 스토어에서 출시한다. 극 중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애용하는 오디오 플레이어 ‘SDAT’를 모티브로 디자인했고, 뒷면에는 극에 등장하는 단체 ‘NERV’의 로고를 넣었다. 특별 제작된 3개 삽입곡 앨범의 고음질 음원도 독점 판매하며, 워크맨 구입 고객에게 주인공 캐릭터가 디자인된 소니 음원 사이트 mora에서 음원 한 곡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을 증정한다. 2000년 출범한 mora는 소니와 일본 음반사들이 함께 설립한 음원 사이트로 소니의 음원 유통 사업을 맡고 있다. 콘텐츠 강국인 일본에서는 전자회사와 콘텐츠 간 협업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형 전자 업계의 콘텐츠 사랑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각 업체마다 하드웨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혁신’의 카드로 콘텐츠를 내세우는 모양새”라며 “전자 업체와 콘텐츠 업체 간 영역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 진단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