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비효율적인 전문 인력 관리가 구설수에 올랐다.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탓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대대로 통신직군이 맡았던 통신기술처와 ICT기획처 총괄자리에 사무 등 다른 직군 출신을 앉혔다.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국가 전력통신망을 책임지는 사업 부서에 전혀 엉뚱한 분야 전문가가 수장이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 강화를 위해 재정비한 SG· ESS사업처에 배치된 IT 인력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스마트그리드는 IT와 전력망이 융합하는 분야로 관련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인력 구성만 보더라도 융합이라고 보기 힘든 구조다.
이런 다소 엉뚱한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몇 해 전부터 한전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 입사 후 다시 시험을 봐서 직군을 변경하는 직원이 크게 늘었다. 이들 대다수가 승진률이 높고 요직에 배치되기 유리한 사무직군을 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 인력을 등한시하는 한전의 비효율적인 인력 배치는 사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간판 공기업으로 기술 개발이나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보다는 기존 시장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력판매 시장이나 스마트그리드 수요자원(DR)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고수하는 것이다. 이들 시장을 한전만이 고수하는 탓에 통신사를 포함한 다른 신생 회사는 시장 진출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에 필요한 원격검침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한전만이 확보한 정보를 시장 경쟁에서 자신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국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인력 배치가 시장 경쟁력까지 잃게 만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개인 전문성까지 버리면서 다른 직군으로 옮기는 문화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전문 기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보다 나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