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간 숲. 암환자들은 그곳에서 죽음이 아닌 새 생명을 얻었다. 혈액암 말기, 간암 2기, 위암 2기의 환자들이 마음을 비우고 숲을 걷는다. 숲에서 산지 몇 년이 지나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죽은 것은 암세포였다.
도시에서 사는 오랜 기간 동안 하루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냈던 이태인씨 부부는 숲에서 연인처럼 지낸다. 눈이 내리면 눈사람을 만들고, 자연에서 얻은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폰도 TV도 없지만 부부는 책을 보고 시를 쓴다. 숲이 주는 안정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부부는 도시를 떠나오기 잘했다며 미소 짓는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숲으로 간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도시를 떠나 숲으로 가 건강과 부부관계를 되찾은 이들을 조명했다. 사람들은 자연과의 공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과학계도 자연과의 공생을 추구한다. 40억년에 걸쳐 지구 환경의 변화에 맞춰 진화해온 생물자원의 신비는 무한하다. 과학계는 생물들의 동작, 형태와 구조, 생태계에서 자연이 가진 ‘자연중심기술’을 배운다.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국가들
일본은 최근 국가 발전을 위해 자연과 공생하는 사회 실현을 성장 동력의 하나로 설정하고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자연주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1992년부터 2년간 열대생물의 기능을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이 결성돼 운영됐고 1993년 일본 정부도 이와 관련된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6년에는 곤충기능 이용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10년간 총 20억엔(약 202억2040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중국도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중국은 저탄소 경제성장을 위해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0년 3%에서 2020년 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신에너지, 신소재, 신자동차, 환경과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 등 7대 신성장 산업을 5년 내 세계 제 1위로 육성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자연에서 배운 과학
신칸센 500계열 고속열차는 주행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물총새의 부리 모양을 설계에 이용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신칸센이 터널을 주행할 때는 공기가 출구로 압축돼 커다란 충격음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물총새가 길쭉한 부리를 이용해 물에 대한 저항 없이 물고기를 조용하게 잡아먹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당뇨병 환자가 채혈 과정 중 통증을 줄이는 기술은 모기로부터 나왔다. 일본의 간사이 대학 아오야기 세이지 교수팀은 모기가 아프지 않게 피부에 구멍을 내는 과정을 연구해 무통증 바늘을 개발했다.
화장품에도 자연의 기술이 응용된다. 수영장이나 바다에 갈 때 여성들의 필수품인 방수화장품은 연잎에서 나왔다. 연잎 표면에 있는 돌기들은 전부 왁스 미세결정으로 덮여있어 물에 젖지 않는다. 이를 응용해 방수화장품, 코팅 재료 등이 개발됐다.
이밖에도 자연을 본떠 개발된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아무런 접착물질이 없는 도마뱀붙이가 천장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모습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접착제가 없는 접착테이프, 정지비행이 가능하고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벌새의 날개 짓을 본 딴 비행로봇, 장수풍뎅이의 날개짓을 모방해 만든 10그램(g) 안팎의 비행체 등 무수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