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야무야 된 범정부 통합 재난시스템…세월호 최악 상황 불렀다

지난 1993년 29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2003년 340명 사상자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정부는 대형 참사때마다 재난관리체계를 현대화하고 대형 재난 재해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신속한 대응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슈분석]유야무야 된 범정부 통합 재난시스템…세월호 최악 상황 불렀다

서해훼리호 사고 후 20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지만, 정부는 우왕좌왕 하면서 최악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 2월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를 완성했음에도 불구,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제 역할 못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부는 대형 재난 시 효율적 대처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대폭 개정해 지난 2월 시행했다. 골자는 안전행정부에 범정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총괄기능을 맡게 하는 것이다. 기존 소방방채청이 맡았던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기능을 안행부로 이관한 것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은 매우 크다. 컨트롤타워 판단에 따라 단일화 된 대응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행부로 컨트롤타워 기능 이관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안행부의 이번 세월호 참사 컨트롤타워 역할은 크게 미흡했다.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 안행부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이관 받았지만 방재청 산하기관과 소속 전문인력은 이관 받지 못했다. 안행부는 기능은 부여 받았지만 기능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안행부 역량 한계는 세월호 참사 대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안행부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접수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본격 가동됐다. 이후에는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취합하는 데 급급했다. 그마저도 탑승객과 구조자, 실종자 현황을 수차례 번복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정부 관계자는 “안행부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됐지만, 관련 기관간 협업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춤추는 컨트롤타워…혼란 가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자 곳곳에서 대책본부가 추가로 구성돼 혼란이 가중됐다. 안행부 중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외에 해양경찰청 구조본부,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개별적으로 가동됐다.

이영재 한국방재안전학회장은 “사고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됐지만 해경과 해수부 중심의 수습본부가 개별로 꾸려져 역할분담이 이뤄지지는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상 사고의 총괄적 상황 통제는 해수부 수습본부가 수행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원하는 것이 맞는 형태라고 제안했다.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부처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추진력을 잃자,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재난대응을 이끌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으로 안행부를 재난 컨트롤타워로 지정해 놓고 이를 부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체계적 시스템에 의해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범부처사고대책본부도 20일에 사망자 수 발표를 번복하며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범정부 재난 통합재난관리시스템도 부재

재난 대응을 위한 범정부 통합 재난관리시스템도 부재다. 안행부·해수부·기상청·국방부·방재청·국가재난관리통합상활실·지방자체단체 등 재난관련 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통합 재난정보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구축 논의만 있을뿐 이행된 적은 없다.

현재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은 안행부와 방재청 중심으로 119 긴급 출동을 위해 마련된 정도다. 해양이나 항공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해수부와 국토교통부 등과 연계되지는 못했다. 지자체 정보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중앙재난대책본부와 사고 현장의 재난대책본부 정책에 엇박자가 발생했다.

특히 해양 재난에 대한 범정부 통합 재난시스템은 전무하다. 대형 선박사고나 기름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해수부 내 선박, 항만·물류, 해양환경, 어업 등 시스템이 모두 제각각 구축돼 사고가 발생해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대응 시 안행부 중심의 중앙대책본부와 국무총리·해수부 중심의 범정부재난대책본부가 계속해서 엇박자를 보인 배경이다. 세월호 탑승인원과 구조자, 실종자 명단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비교

출처:안전행정부 등 부처 종합

[이슈분석]유야무야 된 범정부 통합 재난시스템…세월호 최악 상황 불렀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