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베이징모터쇼]SUV 뜨고 친환경차는 주춤

‘급부상한 SUV와 주춤한 친환경차.’

2014 베이징모터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부상과 상대적으로 인기가 시들해진 친환경차로 요약된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업체마다 인기 차종인 SUV를 대거 출품한 반면, 보급이 시원찮은 친환경차 전시에는 소홀했다. 안방에서 개최되는 모터쇼에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으나 아직 선진 업체를 위협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링컨 MKX
링컨 MKX

◇계속되는 SUV 인기...판매량 확대 1등공신

국내외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SUV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소형 SUV ‘ix25’를 공개했고 쌍용차가 소형 하이브리드 SUV 콘셉트카 ‘XLV’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두 회사 모두 ‘SUV 라인업 완성’이 목표다. 배우 김수현을 앞세워 전시장 일대를 마비시킨 현대차는 이 사실이 현지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큰 홍보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해외 완성차 회사도 초점은 SUV에 맞춰져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쿠페 SUV’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렉서스도 소형 SUV 콘셉트카 NX라인업을 내세웠다. 혼다가 중형 SUV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포드와 시트로앵이 각각 중형 SUV MKX 콘셉트카와 대형 SUV DS 6WR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아우디가 대형 SUV 콘셉트카 TT 오프로드를, 지프는 무려 4종의 SUV 콘셉트카를 전시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치열한 시장점유율 싸움이 놓여 있다. 중국 SUV 시장(298만대)은 지난해 49% 성장하며 전체 시장(2093만대)이 두자릿수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SUV 시장 확보가 필수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선 폴크스바겐(21.6%)과 GM(18.5%)이 큰 차이로 선두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9.1%)와 닛산(4.5%), 도요타(4.3%), 혼다(3.2%)가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펼치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지에 특화된 전략 차종이 다수 등장한 것도 이번 모터쇼의 특징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6%에 그쳤으나 올해는 8%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기아차가 K3와 K5의 빈탐을 메워줄 세단 K4와 해치백 K3 S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BMW도 ‘비전 퓨처 럭셔리’ 콘셉트카와 말의 해를 기념한 ‘호스 에디션’ 등 현지화 전략을 적용한 모델 전시에 집중했다.

◇친환경차 인기 ‘주춤’

‘중국 모터쇼=친환경차 경연장’이라는 등식이 각인될 정도로 최근 수년 간 중국에서 개최되는 모터쇼에는 친환경차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번 베이징모터쇼에도 등장하기는 했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 강했다.

친환경차를 앞세운 업체는 폴크스바겐그룹이다. 이 그룹에 소속된 벤틀리가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공개해 큰 관심을 받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골프GTE도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푸조가 50㎾짜리 전기모터를 단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이그졸로(EXALT)’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 정도가 이번 모터쇼에 등장한 주요 친환경차다. 이밖에도 친환경차를 전시한 업체는 많지만 대부분 여러 차례 공개된 적이 있어 이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올해 베이징모터쇼에서 과거와 달리 친환경차가 큰 주목을 끌지 못한 이유는 시장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작년 4만2000대로, 2만4000대인 2012년보다 74.6% 성장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82만대), 미국(60만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우리나라(2만8000대)와도 큰 차이가 없다. 성장률은 높지만 규모가 생각보다 빨리 크지 않는 것이다. 연비 대비 높은 가격이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하이브리드카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친환경차 시장은 보통 ‘시장진입-정부지원에 의한 성장-자생적 성장’이라는 3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면서 “중국은 친환경차 보급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아직까지 시장진입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업체 양적 성장은 달성...질적 성장은 ‘숙제’

안방에서 열린 행사답게 이번 모터쇼에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치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BYD 등 익숙한 업체 외에도 동펑 유롱, 동펑 진유, GAC, 그레이트 월, 베이징 오토 등 생소한 이름을 가진 현지 업체들이 대거 전시관을 꾸렸다. 이들 업체 특징은 크고 화려한 부스에 수준급 디자인을 갖춘 다양한 차량을 전시한다는 점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해외 업체에 비해 많이 전시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술력 부족과 낮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친환경차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면서 더욱 품질 수준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102.3, 중국은 87.3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부품 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해외 업체를 유치해 기술을 습득한 뒤 자동차 강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나 내연기관에서 실패한 뒤 친환경차에 기대를 걸었다”면서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어지면서 중국의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은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