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탐사용 다관절 로봇 ‘크랩스터’가 진도 여객선 수색 작업에 동원된다. 크랩스터는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설계된 해양로봇이어서 수색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해저탐사용 다관절 로봇 ‘크랩스터’를 진도 여객선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조류에 강한 크랩스터
크랩스터는 게 모양을 본떠 만든 해저탐사 다관절 로봇이다. 아직 내부 테스트 중인 로봇이지만 거센 조류 때문에 번번이 투입된 해저로봇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긴급 투입이 결정됐다. 이번에 동원된 크랩스터 CR200은 2012년 7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국내 5개 대학과 공동개발 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관계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정부 측에서 긴급 요청이 왔다”며 “이제 내부 테스트를 갓 마친 상황이지만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연구팀이 급히 21일 팽목항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크랩스터는 6개의 다리를 이용해 게처럼 바닥을 짚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동해 조류에 강하다. 크랩스터를 만들 당시 조류가 센 서해에서 선박 잔해를 찾는 임무도 예정돼 있었던 만큼 기존 해저로봇보다 조류에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랩스터는 가로2.42m, 세로 2.45m, 높이 2m, 무게 600kg의 대형 로봇이다. 수중에서는 150kg정도 나간다.
크랩스터는 혼탁한 해저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음파를 발사해 반사파를 감시하는 초음파 카메라덕분에 혼탁한 수중에서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크랩스터에는 전방을 탐지할 음향 카메라 등 11대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있다. 수중음파 탐지기가 최대 반경 150m의 해저면을 3D 지도로 보여준다. 크랩스터가 성공한다면 잠수부들의 가이드라인과 실종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크랩스터의 유속계가 해류 속도와 방향을 측정한다.
크랩스터는 제어장치와 연결된 케이블로 원격 조종된다. 크랩스터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배 위에 있는 연구팀이 해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관계자는 “크랩스터가 아직 테스트 중인 상태라 완제품은 아니지만 잘 작동된다면 잠수부들의 생명선인 가이드라인 위치를 알 수 있어 수색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의 재난 대응 로봇 현황
미국은 1995년 오클라호마주 폭탄 테러 이후 로봇 활용이 검토됐다. 9·11테러 때 본격적으로 로봇을 활용했다.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재난 로봇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 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하는 ‘다르파 로봇 챌린지’는 세계 로봇 전문가들이 모여 원전사고와 같이 통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여닫고 밸브를 조이는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일본은 1995년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재난·재해 관련 로봇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2월에 걸쳐 9억9600만엔(약 100억9027만원)을 투입해 재해 대응 무인화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결과물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봉 제거, 원자로와 건물 해체 등에 활용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재난용 로봇 개발 시작단계다. 재난 로봇 개발 사업인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가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 중이다.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는 경북 동해안 일원에 총 1215억원을 투입해 재난인명구조와 재난환경 분야의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재난환경 실증단지(1만9800㎡ 규모)를 조성해 대형재난 발생 시 피해확산을 방지하는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과 관계자는 “재난 로봇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만 평상시 수요는 없어 국내 재난 로봇 시장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현재 진행되는 정부 주도의 재난 로봇 프로젝트는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