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분야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방향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꾸는데 힘을 보태겠다.”
손영욱 산업통상자원부 그린카 PD는 지난해 말 선임된 뒤 줄곧 R&D 구조 개편에 몰두해왔다. 우리나라 친환경차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기술에선 뒤졌지만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선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고 있다고 봤다. 기술 수준이 낮을 때는 대기업이 친환경차를 모듈이나 시스템 단위로 통째로 개발했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세밀한 기술이 중요해진다. ‘밀도’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모든 부품을 대기업이 개발할 수 없으니 자연히 중소·중견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상은 마침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상생’ 정책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고민은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특성상 대기업을 배제하고서는 R&D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업 R&D는 ‘판매’를 전제로 하는데 국내엔 부품을 살 수 있는 완성차업체가 극소수 대기업이다. 검증 안된 부품을 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정부 R&D 자금을 끊어버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중견기업이 본다는 역설이 생기는 지점이다.
손 PD는 여기에 ‘복수 수요기업’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세부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하되, 대기업을 두 개 이상 참여시켜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게 요점이다.
그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봤다. 작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가 9만2000대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돌아다니는 전기차도 생각보다 많다. 작년까지 1800대가 넘는 전기차가 보급됐다. BMW i3까지 출시되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전기차가 모두 6종이나 된다. 수요가 늘수록 전기차의 발목을 잡았던 기술적 장벽들도 하나 둘 극복될 것으로 그는 믿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이 매년 40% 성장한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시대가 온다고 해서 부품업체에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과 친환경차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부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차 시대 도래로 기존 부품에서 친환경차 부품으로 업종을 전환해야 하는 업체가 전체의 40%가 넘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은 자력으로 업종을 전환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 의한 업종 전환이 이뤄진다면 결국 대기업에 중속되는 중소·중견기업만 늘어날 것”이라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 전인 지금이 바로 정부 지원책을 마련할 적기”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