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전력 신기술제도가 업계 내 다툼으로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전기공사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대한전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신기술 지정 건수는 지난해 2건에 불과했다. 2011년 8건, 2012년 4건에 비해 대폭 줄었다. 신청 건수도 지난해 7건으로 2011년 13건, 2012년 12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 신청한 기술은 2건이 전부다. 신청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대다수 전기공사업체가 전력 신기술 활용을 반대해 전력신기술 신청하는 것조차 개발업체로서는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심지어 전력 신기술 지정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사례도 발생할 정도다. 수요처인 한국전력에서도 확대 적용을 꺼려하고 있다.
전력신기술은 전기공사를 적은 돈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경제성 확보가 핵심이다. 기존 수십 년간 써온 방식이 인력 중심이라면 신기술은 기기나 설비를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전기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공사비 자체가 줄고 공사비 절감액 중 일부를 개발업체에 기술사용료로 지급하면 된다.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한전은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장 적용을 위해 사전 심사도 까다롭게 진행한다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기공사업체는 공사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특정 업체만 수익을 얻는 구조라며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같은 전기공사업체이면서도 업계가 양분됐다. 전력신기술 지정 업체는 전력신기술협회로 모였고 나머지 대다수 업체는 기존 전기공사협회에 남았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전력신기술로 지정되면 개발자는 한전으로부터 기술 사용료를 받고 개발자만의 제한 경쟁, 사전입찰심사(PQ) 가점 등 혜택을 받는다”며 “시공사인 전기공사업계 입장에선 공사비가 삭감되고, 신기술 장비를 고가에 사거나 빌려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신기술협회 관계자는 “중소업체가 수억원 들여 몇 년간 개발한 기술로 대부분 특허도 갖춘 입증된 기술”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고수하면 과다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전기공사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전력신기술제도 개선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4월 중 제도개선 용역을 끝내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도별 전력신기술 심사 및 지정현황(출처:대한전기협회)>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