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자산매각에 대기업 눈독...흔들리는 동반상생

공기업 자산매각이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이 중소 협력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인수에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동반성장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발전공기업 협력사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이 매물로 내놓은 한국발전기술 인수에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면서 인수 가격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사는 한국발전기술의 적정 인수가격을 2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50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크게 부풀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발전기술은 남동발전이 발전소 시운전과 운전·정비 시장에 중소기업 협업모델을 위해 만든 회사다. 남동발전이 52.43% 지분을 가지며 정비 전문회사인 금화PSC가 5.82%를 발전사 이업종협의회 회원 12개사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기업인 남동발전과 중소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발전 정비부문 동반성장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남동발전은 자사 보유 지분 52.43%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다. 인수자가 한국발전기술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셈이다. 인수 후보자로는 SK와 태영, LG상사 등 10개사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발전협력사는 대기업의 인수전 참여에 협업 모델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당초 이업종협의회는 남동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을 설립하면서 공기업 지원을 통해 정비시장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였다. 공기업 자산매각으로 한국발전기술이 매물로 나오면서부터는 이를 인수해 협력사의 성장사다리로 활용하려 했었다. 금화PSC 등 일부 중소기업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한국발전기술 인수전은 대기업 자본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중소기업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졌다. 일부 협력사는 대기업 인수 후 유상증자 방법 등을 통해 다른 주주사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도 예상하고 있다. 이번 공기업 자산 매각을 기회로 발전 정비시장에서 중소기업이 합심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모델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대기업 하도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업종협의회 한 관계자는 “정부와 공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 참여로 매각 자금이 커지면 그만큼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큰 효과를 보겠지만, 당초 설립부터 공공성의 목적을 둔 회사를 경제성으로만 매각하는 것이 전체적인 국가 성장차원에서 올바른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