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 이어진 이동통신사 사업정지 여파로 통신업계 단말기 재고량이 100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정지는 다음 달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눈덩이처럼 커진 단말기 재고가 통신사는 물론이고 단말 제조사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일부 제조사는 일부 제품의 생산 가동률을 낮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달 이후 4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이통 3사가 보유한 팬택 스마트폰 물량은 약 50만대에 이른다. 삼성전자·LG전자와 일부 외산 스마트폰을 합한 총재고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됐다.
통상적으로 이통사는 모델·출시시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2~3개월치 판매량을 재고로 확보하는데, 월 평균 50만~60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제조사 공급량이 약 160만대, 판매량이 97만3000대였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지난달만 평상시보다 재고가 두 배가량 쌓인 셈이다.
이마저도 이통사들이 수급 물량을 줄여 최대한 재고 조절을 한 결과다. 지난달 국내 단말기 공급량은 인셀(In-sell, 단말기 제조사가 이통사 등에 공급하는 물량) 기준 120만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만대가량 적게 공급됐다.
재고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이통사·제조사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부터 팬택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를 37% 인하해 판매한다고 발표했지만 제조사와 재고보상금·선구매조건 합의 불발로 24일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KT 역시 출고가를 인하한다는 발표만 내놓고 LG유플러스와 팬택 간 불협화음이 일자 구체적인 인하 판매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팬택과 구두로 합의하고 발표했는데 이후 경쟁사에서 반대하면서 이 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재고는 늘고 있지만 각사 이해관계가 달라 신속하게 정리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재고에 따른 단말기 제조사 가동률 조정도 예상된다. 글로벌 판매량이 대다수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공급량이 줄어든 만큼 생산된 단말기를 제조업체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팬택의 휴대폰 월 평균 생산 대수가 40만대가량이었는데 최근 20만~3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기간이 완전히 끝나고 이통 3사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신속하게 판매가 될지는 의문이다. 정부 태도가 워낙 강경해 보조금 경쟁으로 단말기 판매량을 늘리던 과거처럼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월보다 4월 국내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팬택 관계자는 “가동률은 밝힐 수 없고 모델별로 다르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