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100% 민간 투자 스마트그리드 `이씨그리드`를 가다

파리 중심부에서 서쪽 외곽 방면으로 차로 20분을 달려 도착한 이씨레물리노시. ‘이씨그리드’로 불리는 도시형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토털, 뷰익 텔레콤, 마이크로소프트, 알스톰 등 프랑스 국내외 10개 대기업은 2012년 스마트그리드 실증 단지 조성에 나섰다. 지역 랜드마크인 뷰익 텔레콤 본사건물과 인근 지역 주택, 가로등 등 도시 기반 시설의 전력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2016년까지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앤마리 고사드 ERDF 처장이 지능형 스마트 계량기를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앤마리 고사드 ERDF 처장이 지능형 스마트 계량기를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이씨그리드에 참여하는 166가구 전력 사용 정보가 모이는 지역 송배전 시설을 찾았다. 지능형 원격검침 시스템(AMI)를 설치한 주택의 전력 정보가 실시간 전달되는 곳이다. AMI보급은 ERDF라는 프랑스 전력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고객 수 3500만명의 프랑스 최대 송배전 사업자다. ERDF는 링키(Linky) 프로젝트 일환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앤마리 고사드 ERDF 처장은 “2016년까지 총 4조유로(약 6000조원) 예산을 투입해 프랑스 전역에 3500만대의 AMI를 보급하는 것이 링키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씨그리드 프로젝트 구심 역할을 하는 뷰익 텔레콤 본사 건물로 이동했다. 프랑스 3대 통신사업자 본사 건물답게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2000명이 근무하는 26층 건물은 이씨그리드에 참여하는 모든 주택과 설비 전력 사용 정보를 처리하는 관제센터 역할을 맡는다.

주차장으로 이동하자 총 11대 전기차가 나란히 서있었다. 뷰익텔레콤은 10㎞ 떨어진 지사 건물 이동수단으로 전기차를 사용한다. 티에리 다젤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부장은 “버스 두 대를 운영한 직전과 비교해 차량 유지비가 연간 10만유로에서 2만5000유로로 줄었다”며 “이씨그리드 프로젝트에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 가운데 하나가 전기차”라고 말했다.

옥상에 설치한 30㎾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거쳐 마지막으로 건물 밖 가로등을 살폈다. 지역 내 46개 가로등에 자동차 통행량을 파악하는 센서를 부착했는데 상황에 따라 밝기를 조절해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막고 있다.

10개 회사는 지금까지 이씨그리드 프로젝트에 250만유로를 공동 투자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2000억원이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액수다. 그럼에도 이씨그리드에 쏠리는 관심은 적지 않다. 상업·거주 지역을 융합한 도시형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이자 100% 민간자본으로 추진한 최초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씨그리드 프로젝트는 참여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2016년 프랑스 전력 가격 자유화 시행과 더불어 신재생 발전 비용 하락, 전기차 시장 개화 등 다양한 플러스 요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호재다. 지금까지 파악한 일반 주택 에너지 절감율만해도 최대 20%를 넘어섰다.

사업 총괄 관리자인 기욤 파리조 뷰익 임모바일러 수석은 “도시가 완벽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면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도 안정적이고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며 “사업장과 주택이 도시로 모여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씨레물리노시(프랑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