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오는 2018년 이후에는 은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 등 우주 관련 데이터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천문학자 간에 같은 자료를 놓고 분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대한민국 과학자]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우주론자로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행보가 최근 바빠졌다. 우주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는 ‘급팽창 우주론’ 가설이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에 의해 입증되면서 갑자기 일이 늘었다.

본래 송 선임은 연대 물리학과를 나와 석·박사까지 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자다. 석사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박사는 미국 UC 데이비스에서 땄다.

“우주론이 본래 천문학과 물리학의 중간지대입니다. 양쪽을 다할 수도 있고, 우주론을 하다 물리학을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접근한 케이스죠.”

송 선임은 영국 유학을 갈 땐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끈이론’에 이끌렸는데, 막상 임페리얼 칼리지의 안디 아이브레이트 교수의 우주론에 빠져 전공을 전환했다. 끈이론은 관측이 안 되지만, 우주론은 이론이나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바로 관측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것이 송 선임의 설명이다.

“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스케일인데, 우주론은 반대로 가장 큰 스케일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제 입장에선 정반대가 됐죠.”

박사과정 땐 인생의 좌표가 결정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도교수가 논문을 맡기고 두 달간 여행을 떠났는데, 그 새 논문을 완성한 뒤 보여드렸죠. 그랬더니 바로 발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이 금요일 이었는데, 우연히도 그 다음 주 월요일 미국 칼텍서 같은 논문이 공개됐습니다. 이틀차이였습니다.”

이 논문에는 지난 달 천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바이셉(BICEP)Ⅱ(망원경)의 중력파 검출 방법과 한계치를 담고 있다.

“이 논문으로 미국 시카고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이곳에서는 1998년 노벨상을 받은 우주가속팽창을 설명하는 방법론을 연구했습니다. 암흑에너지가 없어도 상대성이론을 우주공간에서 수정하더라도 우주가속팽창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논문은 피인용수가 300편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송 선임은 천문연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3년간 영국의 포츠마우스 대학서 모든 은하의 움직임과 고유속도의 관계식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30년간 우주를 이해하는 과학은 엄청난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배제돼 있습니다.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어요. 아주 위험스런 상황입니다. 우리가 우주 연구를 주도하진 못해도, 최소한 참여는 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정부에도 한마디 했다.

“정부가 대형과제 발굴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작은 과제가 나중에 큰 과제가 된다는 이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