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다소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우려했던 스마트폰 실적이 예상외로 잘 나왔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속한 IT·모바일(IM)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300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3%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초 잠정치 발표 당시 1분기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치보다 4000억원가량 많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IM부문 쏠림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IM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75.7%에 달했다. 그것도 대부분 스마트폰 실적에서 나온 것이어서 ‘삼성전자 실적=휴대폰 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IM부문 무너지면 동반 붕괴 가능성
IM부문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여전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됐다. 지난해 4분기 58.75%까지 낮아졌던 IM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도로 커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가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전(CE)과 부품(DS) 부문이 올린 영업이익을 합쳐도 25%가 채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특정 품목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특히 DS부문은 메모리와 시스템LSI 모두 IM부문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시스템LSI는 지난해 무선사업부의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4’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추락하기도 했다. 만약 IM부문 실적이 지금처럼 호조를 보이지 못하면 삼성전자 부품사업부까지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CE부문 판로 못 찾고 DP부문 영업손실
동계올림픽·월드컵 특수에도 불구하고 CE부문 TV 판매가 부진하면서 1분기 디스플레이패널(DP) 부문은 8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DP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9800억원, 4분기 1100억원으로 지속 감소해왔고 이번에는 적자까지 냈다.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소형 LCD디스플레이 패널 공급량은 늘어났지만 면적이 작아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모델이 중저가형으로 다변화하면서 기존 패널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면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헬스케어 등 신수종 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수익 창출이 없었다. 헬스케어와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비즈니스로 주목하면서 상당 기간 투자를 해왔다. 의료기기 특성상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이미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2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플래그십 모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률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은 급변하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며 “노키아도 순식간에 고꾸라졌던 것처럼 장담할 수 없는 시장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년 만에 처음으로 1.2%포인트 하락했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이에 대해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중국 롱텀에벌루션(LTE) 시장 라인업을 강화하고 태블릿PC 신제품 확대, 기업 간 거래(B2B) 유통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