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민간 주도 수요관리 시장이 꽃 필 전망이다. 시장 개화를 앞두고 유럽에서 벤치마킹사례로 주목받는 수요관리 기업 ‘에너지풀’을 찾아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프랑스 제2 도시 리옹으로부터 남동쪽으로 110㎞. 알프스 산맥이 펼쳐진 샹베리 이노베이션 벤처타운에 ‘에너지풀’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기욤 페르넷 사업개발 본부장은 “인근에 대규모 수력발전소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밀집해 있다”며 “에너지풀이 수요관리사업을 이곳에서 시작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풀은 지난 2009년 전력 수요관리 전문기업을 표방한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0년에는 에너지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지분 51%를 인수했다. 지난해 프랑스 수요관리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중소기업이 수요관리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ICT를 기반으로 수요관리 사업의 신뢰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기욤 본부장은 “한 번도 수요관리 사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다”며 “정해진 시간에 감축 목표는 반드시 달성했다”고 말했다.
에너지풀은 송전기업으로부터 절전 요청이 오면 3초 만에 전력사용량을 줄인다. 급전 지시를 받은 가스터빈 화력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절감량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5일 505㎿의 피크를 줄였고 이를 통해 1783㎿h의 전력량을 절감했다.
이는 프랑스 수요관리 시장 최고 기록이다. 에너지풀은 수요 자원이 발전 자원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덕분에 발전 자원에 비해 값싼 수요 자원의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로 추정하면 예비전력용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은 약 800달러/㎾지만 수요 자원 가격은 절반인 400달러/㎾ 미만이다.
수요관리에 참여하는 기업은 전력을 줄인 만큼 보상도 받을 수 있어 사업성도 크다. 기욤 본부장은 “올해는 응답시간을 2초 내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조업체는 수요관리 사업에 참여해 연간 평균 전기 사용비용의 15%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심장부인 오퍼레이션 센터로 들어서자 고객사 전력 정보가 표시되는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에너지풀은 철강(480㎿), 시멘트(50㎿), 펄프·제지(80㎿), 화학(90㎿), 비철금속(400㎿)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 제조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확보한 수요 자원 총량은 1200㎿에 달한다.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을 넘어선다. 오퍼레이션 센터는 송전시스템 기업의 절전 요청과 고객사 절전 가능 용량을 동시에 파악하는 장소다. 거래시스템은 에너지풀이 직접 개발했다. 수요 감축 요청이 들어오면 제조업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 설비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이를 위해 1년에 걸쳐 다양한 절전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는다. 대부분 담당자가 제조업 출신으로 사업장 프로세스에 능통하다.
에너지풀은 전력 계통 안전성 유지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밸런싱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은 송전시스템 기업 요청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1시간 이내로 전력 부족에 대응하는 시장과 13분 이내로 긴급 대응하는 시장이다. 에너지풀은 두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요 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2016년 이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력판매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발전·수요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용량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밸런싱 시장은 3000만유로 규모지만 용량 시장은 4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과 벨기에 제조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고 최근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일본에 진출했다.
기욤 본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도쿄전력과 함께 10분 이내에 대규모 사업장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수요관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수요관리(Demand Response)=건물, 공장 등 전력 수용가에서 전력 사용을 줄여 확보한 전력을 말한다.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발전 자원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보다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을 줄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어서 최근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샹베리(프랑스)=
<에너지풀 회사 개요>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