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우울한 때지만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결혼의 계절 5월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3년 6개월 만에 오는 가을철 윤달이라 지인들의 결혼식이 5월에 대거 몰렸다. 거의 매 주말이 결혼식 행사고, 두 탕을 뛰는 날도 많다.
최근 만난 지인은 혼수비용으로만 3000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어떤 지인은 결혼 준비비용은 모래와 같아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손안에 움켜쥔 모래가 스르르 다 빠져나간다고 하소연이다. 전세값도 비싼데 혼수비용까지 점점 높아져 미혼의 20·30대 직장인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
최근 LG·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경쟁에 돌입하면서 4대 가전이라고 불리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최신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이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 냉장고는 900리터를 넘으면서 가격이 700만원을 돌파했다.
LG전자도 프리미엄 냉장고가 600만원대다. 인터넷에서 최저가 구매를 해도 500만~600만원은 족히 넘는다. 이뿐인가. 두 회사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초고화질(UHD) TV 50인치도 가격을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300만~500만원대를 기웃댄다. TV와 냉장고만 최고급으로 사도 1000만원을 웃돈다.
생활 필수품인 ‘밥솥’도 프리미엄 경쟁을 하면서 최근에는 70만원대를 돌파했다. 밥솥에 LCD와 터치 등 스마트 기능을 추가했지만 ‘밥만 잘 되는’ 기본 기능만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기업은 프리미엄 경쟁과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간다. 더 좋은 기능과 제품은 필요하다. 하지만 잘 쓰지도 않는 기능을 이것저것 추가해놓고 가격만 높게 받는다면 소비자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도 눈을 조금만 돌리고 인터넷 검색 몇 번만 하면 대기업 못지않게 성능이 좋지만 훨씬 저렴한 중소업체의 가전을 찾을 수 있다. 냉장고·TV를 꼭 LG·삼성전자 것만 써야 할까. 최근에는 기술력 탄탄한 중소가전업체들이 AS망을 구축하고 무상품질보증 기간도 늘려가는 추세다. 이번 봄을 시발점으로 결혼 시즌의 즐거운 비명이 중소가전 업계에서도 나오기를 바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