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를 모르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별아의 소설 ‘백범’을 읽으며 잘 안다고 여겼던 역사 상식이 깨졌다. 인간적 슬픔을 이해하면서 ‘한 걸음 더’ 김구에 다가갔을 뿐이다. 하지만 시공을 뛰어넘어 그의 고뇌에 감응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누구보다 김구를 잘 이해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이전 중국 출장시 상하이와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하며 김구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 집에서 큰 꿈을 꾼 시대의 영웅”이라는 게 그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고난에 의연하게 대처·극복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며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상을 본질처럼 얘기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설 백범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침서가 됐다”고 덧붙였다.
백범의 삶이 김 대표에게 남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자사 소프트웨어 무단·불법사용 문제로 정부,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동안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작년 흑자를 기록했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설 백범은 김 대표에게 적잖은 힘이 됐다.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지지 않고 팔아 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는 대목을 인상 깊은 부분으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기술개발로 국가 발전에 기여했지만 우리 SW를 불법복제하고 책임을 대기업에 떠넘기는 기관, 필사적으로 만든 제품을 팔아넘긴 부도덕한 임직원이 더 미웠다”며 “더 이상 직원들을 고생시키지 말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한다는 목표다. 지난 3년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한 만큼 성공적인 기업회생도 자신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총판사와 계약을 맺었고 전국 약 110개 대리점이 생겼다”며 “유수 기업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며 “특히 모바일 부문 사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불법복제 등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도 계속 한다는 목표다. 불법적 관행에 무관용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창조경제 구현은 먼 얘기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소설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으면 숨을 이유가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지금까지처럼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면 행운이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