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국은 지금 전기차 열풍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차’의 자부심, 기존 내연 기관차에 비해 10~20%수준의 저렴한 연료비(전기요금), 여기에 구동 소음은 전혀 없는데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가속력. 이는 전기자동차를 운행하거나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가 손에 꼽는 장점이다.

[이슈분석]전국은 지금 전기차 열풍

특히 올해 국내 시장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세 모델에서 여섯 모델로 늘면서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불안하게 여겼던 주행거리는 향상됐고 구매 부담으로 작용했던 차 가격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충전인프라 부족 문제도 점차 해결되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만개할 조짐이다.

◇민간 보급 경쟁 열풍

정부는 서울·제주를 포함해 전국 10개 전기차 선도 도시를 대상으로 민간이 전기차 구매 시 최소 1800만원에서 최대 2400만원을 지원한다. 환경부가 1500만원을 지원하고 지자체별로 300만원에서 최대 9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준다. 여기에 700만원 상당의 충전기와 설치 비용 일체를 정부가 지원한다. 전기차 운영에 필요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무상 지원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민간 보급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처음 민간 보급에 나선 제주도 보조금 공모 경쟁률은 4대1에서 올해 3월 실시한 2차 사업은 7대1을 기록했다. 지난달 마감한 부산과 창원 역시 각각 4대1과 1.6대1을 기록했다. 광주와 당진 등 다수의 지자체가 연내 보급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올해 민간보급에 투입되는 차량만 약 1000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올 하반기 최대 500대의 민간 보급을 계획해 연말까지 약 1000대의 전기차가 운영되는 최대 지자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도 카셰어링·렌탈 등 서비스 영역으로 민간 보급이 확대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A/S나 운영관리 등 이유로 BMW와 닛산이 서울·제주이외 지역에 전기차 판매를 제한했음에도 올해 민간에만 약 1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것”이라며 “친환경이라는 이점과 부담 없는 연비 탓에 전기차 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시장도 활기

국내 전기차 시장은 민간 보급뿐 아니라 전기차 셰어링·렌탈, 전기택시 등 서비스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초기 시장인 만큼 다양한 사업 모델로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서비스 시장에만 약 300대가 투입된다. 서비스 업체인 에버온·한카·KT렌탈 등이 지난해까지 확보한 전기차를 합치면 약 800대가 운영되는 셈이다.

에버온은 최근 르노삼성의 ‘SM3 Z.E.’ 198대를 확보해 이달부터 전기차 셰어링 78대, 리스·렌털 서비스에 120대를 투입한다. 지난해 기아차 ‘레이EV’ 120대를 포함해 총 320대로 국내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전기차를 보유했다. 서울·수도권 지역에 전기차 충전과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자체 운영 중인 ‘시티존(CityZone)’도 60개를 확보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카 역시 이용고객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약 200대에 가까운 전기차를 셰어링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전기차를 이용한 렌탈 사업도 한창이다. 지난해 말 LG화학과 LG CNS 등이 에버온을 통해 전기차를 업무용 차량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KT도 최근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 중이다. KT렌탈을 통해 전기차 100대를 확보해 운행한 후 운영효과를 분석, 교체 물량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를 이용한 택시 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지난해부터 전기택시 시범사업을 실시한 대전시는 올해 10대의 전기차를 택시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제주도와 서울시도 대규모의 전기택시 사업을 연내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 보조금 필요 없는 마니아층

정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약 2000대 전기차 중 5% 가량이 정부 보조금 혜택과 상관없이 개인이나 법인이 구매해 운영하고 있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차량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기적 특성에 따른 차 성능을 즐기려는 마니아층을 포함해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10개 전기차 선도도시 이외 지역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실제 얼리어답터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테슬라모터스 전기차 1호 고객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말 테슬라 ‘모델S’를 미국 현지에서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수입된 모델S는 현대기아차그룹 2대를 포함해 총 3대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BMW의 신형 전기 스포츠카인 ‘i8’을 구매할 계획이다. 테슬라 모델S와 i8을 두고 고심하던 중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한 i8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테슬라 전기차 전문 수입 업체도 생겼다. 테슬라모터스가 한국시장 진출 시기를 2015년 이후로 함에 따라 시장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선 별도의 전용 충전기를 포함한 모델S 3대를 수입할 예정으로 시장 반응을 살핀 후 판매 물량을 추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마니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i3’ 250대를 배정받은 BMW코리아는 확보한 차량 절반 이상을 정부 보급 사업 이외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