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업계가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태블릿PC 시장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데스크톱PC(일체형PC 포함)가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이후 경쟁력과 자금력을 확보한 중소 PC업체들이 그 여세를 몰아 새로운 먹거리로 태블릿PC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태블릿PC 시장에는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어 이들이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태블릿PC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도 변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보컴퓨터가 지난해 태블릿PC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에이텍·대우루컴즈·주연테크·늑대와여우컴퓨터 등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태블릿PC 시장 진출은 데스크톱PC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시장 축소와 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다가 지난해부터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후 매출이 늘면서 조달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 PC업체 한 관계자는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후 학교 등 공공시장 납품이 늘면서 태블릿PC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며 “민수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지만 조달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연테크와 늑대와컴퓨터는 태블릿PC 개발 완성 단계다. 인증 등 마무리작업을 마치고 조만간 조달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에이텍과 대우루컴즈도 상반기 생산에 들어간다. 이들 이외에도 몇몇 중소 PC업체가 태블릿PC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데스크톱PC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후 조달시장에서 중소 PC업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의 조달시장 매출액은 713억5400만원으로 전년도인 2012년 292억1000만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에이텍·대우루컴즈도 2012년 조달시장 매출이 각각 229억5200만원과 170억3800만원에서 지난해는 368억4700만원과 292억78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 데스크톱PC 조달시장 발주규모는 1644억1100만원(2012년)에서 1036억7500만원(2013년)으로 줄었다. 지난해 대기업 참여비중이 50%로 줄어든 결과다. 올해는 대기업 참여 비중이 25%까지 줄기 때문에 이들 중소 PC기업의 발주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비중 확대를 기회로 태블릿PC 조달시장을 타진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인지도가 낮고 시장에서 검증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보컴퓨터는 의욕적으로 태블릿PC 조달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실적은 352대(1억8600만원)에 그쳤다. 전체 시장의 0.8%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3만1414대(185억5300만원)로 점유율의 83.2%를 차지한다. HP와 레노버가 각각 4337대(8.8%, 이하 점유율)와 1137대(2.8%)였다.
이세희 정부조달컴퓨터협회 실장은 “데스크톱PC 시장이 사양산업이다 보니 업계가 잠재력이 큰 태블릿PC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대기업이 워낙 막강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태블릿PC 생산 중소기업이 늘고 이들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태블릿PC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블릿PC 조달시장은 2012년 90억5900만원에서 지난해는 223억12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용어설명-중소기업 간 경쟁제도: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공구매 시장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입했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 또는 지명경쟁입찰 형태로 조달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이고, 국내 직접생산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인 제품에 한해 지정한다. 2013년 말 현재 202개 제품이 지정돼 있다.
표. 2012~2013 정부 조달 태블릿PC 공급 실적
자료.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 통계분석 자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